(카이로=연합뉴스) 올해 초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한 이후 치안이 급속도로 불안해진 이집트에서 교민을 상대로 한 강도ㆍ절도 사건이 잇달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6일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40분께 수도 카이로의 한인 밀집지역인 마아디에서 한 교민이 자신의 승용차를 탈취당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명의 이집트인 괴한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30대 남성 교민을 폭행한 뒤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고 도주하려 했으나, 인근 주민의 도움으로 차량은 빼앗기지 않았다. 이들은 범행 대상을 미리 물색했다가 차량이 출발하려는 순간 탈취를 모의한 것으로 대사관 측은 추정했다.


한 달 전에는 마아디 주택가에 주차된 한국인 사업가 J모(67)씨 차량 유리창이 깨진 채 휴대전화가 분실되는 절도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5월에는 한 여성 교민이 대낮 마아디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로 핸드백을 빼앗겼다.


또 교민이 당한 사건은 아니지만, 운전사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차량을 세운 사이 다른 일행이 몰래 조수석에 탑승, 흉기로 위협해 차량을 탈취한 사건, 차량 정체 등으로 서행하거나 일시 정차할 때 뒷문을 열고 훔쳐 달아나는 사건 등도 있었다고 대사관측은 전했다.


마아디 지역은 시민 혁명으로 지난 2월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뒤 치안이 불안한 와중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거주지역으로 인식되며 한국 교민은 물론 외국인 상당수가 거주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최근 현지 교민 600여명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강절도 사건 예방을 위한 행동 지침을 통보했다.


대사관은 이메일을 통해 승차 시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 지 살피고 운전 중 길을 묻는 등 주의를 분산시키는 외부 행위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탑승 후 차량 문을 반드시 잠그고 주차 시 차량 안에 물건을 두고 내리지 않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시민 혁명 이후 이집트에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치안 부재 상황에서는 자신이 먼저 불의의 사건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집트 현지 변호사인 아흐메드 하산은 "지금 이집트에서 사건ㆍ사고를 당한다고 해도 경찰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치안 불안은 이집트 총선과 대선이 열리기 전까지 5∼6개월 정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별도로 이집트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주의도 요망된다. 최근 한국 일행 6명이 탑승한 관광용 미니버스가 카이로 동북부의 시나이반도로 가던 중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해 운전사와 현지인 안내자 등 2명이 사망하고 한국 여행객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집트에서 미니버스의 탑승을 될 수 있으면 자제하고 운전할 때는 과속 금지, 타이어 점검 등의 예방 조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집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현지 교통사고로 7천40명이 사망했으며, 3만5천428명이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