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지난주 영국 런던 법원의 바깥마당. 영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폭동과 약탈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한 여성이 절도로 붙잡힌 11살 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랬느냐(Why)"는 한마디였다.


이 단순한 질문이 최근 영국인들이 벌이는 논쟁의 핵심이 됐다. 도대체 무엇이 법을 아주 잘 지키며 살던 사람들로 하여금 단지 생수 한 병을 위해 기꺼이 체포의 위험을 감수하게 했는가에 관한 물음이다. 그리고 이는 영국 사회를 두 진영으로 양분하고 있다.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주 의회에서 "무분별한 폭력과 살인행위"를 규탄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야권은 저소득층의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과 소득 불균형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캐머런 정부가 재정지출과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 경고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현대사회의 병폐를 문제 삼는다.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는 대기업과 정부에 만연된 `탐욕과 봐주기 문화'를 지적했고, 많은 영국인도 이에 공감했다. 반면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폭동 참여를 독려하는 IT(정보기술)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왜"에 대한 대답은 더욱 복잡하고 당혹스러워진다. 폭동 가담자의 상당수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주변의 무질서와 혼란 상황에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이들 대다수는 평소 사회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건전한 시민이었다.


사회봉사 분야에서 일하는 나타샤 라이드(24)양은 500달러짜리 TV를 훔친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다. 촉망받는 엔지니어 전공자인 니컬러스 로빈슨은 "그냥 목이 말라서" 생수를 훔쳤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런던 폭동의 현장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한 청년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그냥 어깨만 들썩이더라면서 다수 가담자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동의 중심지인 런던 북부 해크니 거리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경찰서에서 불과 몇야드 떨어진 곳에서 편의점을 순식간에 `폐가'로 만들어버린 폭도들은 미친듯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처음에는 폭동을 비판했던 런던 시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동참하기 시작했다. 토튼햄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방화와 약탈하던 군중에게 경악했던 시민들도 경찰이 진압에 나선 이후 반정부 시위대로 돌변했다.


영국 경찰은 지금까지 폭력과 질서방해, 약탈 등의 혐의로 1천200여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725명은 기소됐고 일부는 24시간 구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리버풀대학의 클리포드 스콧 교수(사회심리학)는 "이들의 행동이 최소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며 "경찰의 대규모 진압에 자신들이 피해를 볼 때 방관자들도 경찰에 적대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폭도들과 함께 있을 때 이성을 잃게 된다는 이론은 더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런 도식은 이번 사태의 근원을 밝혀내는 국가적 담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