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국방부 청사에서 11일 총격 사건을 벌인 50대 남성은 지난달 노르웨이 테러 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을 모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에스토니아 지도부가 이날 밝혔다.


12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토이나 총리 안드루스 안십과 국방장관 마르트 라르는 노르웨이 테러범 브레이빅이 국방부 청사 총격 사건의 주인공에게 영감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르 장관은 특히 "범인이 지니고 있던 사제 폭발물과 총탄의 양으로 볼 때 그의 의도가 단순히 소란을 피우려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심각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 경찰 조사 결과 국방부 청사에 난입해 총격을 벌이다 자살한 범인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전직 변호사 카렌 드람뱐(57)으로 확인됐다. 드람뱐은 11일 오후 3시(현지시간)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내의 국방부 청사에 권총을 들고 난입해 제지하는 경비원과 총격을 벌였다. 그는 뒤이어 직원들이 모두 대피한 청사 안에 머물며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특수부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하자 소지한 권총으로 자살했다.


드람뱐은 사건 당시 2정의 권총과 100여 발의 탄환, 폭발물이 든 가방, 방독면 등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드람뱐이 총격 사건을 벌이면서도 아무런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그의 범행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에스토니아 언론과 러시아 언론 매체들은 그러나 그간 드람뱐의 활동 경력에 비춰 그가 정치적 동기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를 '제2의 브레이비크'로 묘사하고 있다. 드람뱐은 그동안 에스토니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좌파 성향 정당 '통합좌파당'의 당원으로 활동해 왔다. 당 동료들에 따르면 드람뱐은 에스토니아 거주 러시아인들이 정부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믿었으며,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에 자주 참석해 연설하는 등 적극적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2007년에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탈린 시내에 있던 2차대전 전몰 소련 병사 추모비를 철거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도 했다. 드람뱐의 한 동료는 "그가 국방부 건물에 들어간 이유도 러시아인 차별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라르 국방장관을 직접 만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람뱐은 또 에스토니아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변호사 자격도 상실했었다고 러시아 NTV는 전했다.


노르웨이 테러범 브레이비크가 정부의 관용적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70여명의 목숨을 희생시킨 대형 테러를 저지른 것처럼 이번 사건의 범인인 드람뱐은 러시아인을 포함한 에스토니아내 소수민족들에 대한 정부의 차별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동시에 일부 언론은 경제적 궁핍 등 개인적 사정이 범행 동기가 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통합 좌파당의 한 동료는 "드람뱐이 자동차 임대료를 내지 못해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살던 집을 경매처분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것이 성격이 급한 그를 범행으로 몰고간 동기가 됐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 자격증까지 딴 드람뱐은 결혼해 딸을 낳았으나 이후 이혼하고 혼자 살아왔다. 2009년에는 수도 탈린 인근 소도시의 시의회 의원에도 출마했다가 낙선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