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4일 멕시코 수도 도심 부촌지역에서 한국인 대기업 직원이 괴한의 무차별 총기난사를 받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자 멕시코 동포사회가 범죄 공포로 술렁이고 있다. 불과 8개월 전에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택시에 동승했던 동포 2명이 무장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던 터라 이번 총기피살 사건은 동포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한국 외교통상부가 낸 중미치안 현황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작년에 발생한 한인상대 강력범죄는 모두 32건으로 강도 13건, 절도 8건, 살인 2건 등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보복 등을 우려해 현지 한국대사관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실제 범죄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동포들은 입을 모은다.
멕시코시티의 경우 범죄다발지역으로 꼽히는 구 도심(센트로)지역을 넘어 한인 밀집지역인 소나로사에서도 강력 범죄가 부쩍 발생하고 있고, 이번 사건의 경우 도심 대표 부촌인 폴랑코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일어났다. 특히 일반 거주 동포에 비해 비교적 신분이 안정되고, 당국의 치안력이 집중된 곳에서 주로 생활하는 대기업 직원이 도심 한복판에서 무차별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체 근무자는 "그간 멕시코에서 한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되니 참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안감을 전했다.
사건을 접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5일 멕시코 연방검찰, 경찰 등과 협조해 사건 파악에 나선 상황이지만 잇따른 동포 피살사건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간 대사관은 동포를 노린 강력범죄가 있을 때마다 한인회와 치안대책협의회를 여는 등 사건 예방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잔혹하고 끔찍한 사건에 한인 동포가 희생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환복 대사는 "대사관에서 사건(해결)에 엄중성을 두고 있다. 외교부가 연방경찰청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직원이 한낮이나 다름없는 시간에 피살됐다는 점에서 과거 우범지역에서 벌어졌던 피살사건과 다른 차원"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현지 언론들은 이날 새벽 피해자의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양인 남성 한명이 전날 밤 차량에 타려다 괴한 3명으로부터 13발의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며 주요 사건 뉴스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