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83세 고령인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퇴진하고 나서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인 샤르 엘-셰이크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이집트 검찰총장이 소환 조사를 하려고 지난 4월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에게 소환을 통보하자, 무바라크는 돌연 건강이 악화했다며 샤름 엘-셰이크 병원에 입원했다.

공교롭게도 입원 시기가 소환 시기와 맞물리면서 무바라크가 검찰 소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입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병원에 연금된 상태에서 무바라크의 건강 악화설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선정한 의사들로 구성된 검진팀은 지난 6월 초 무바라크의 심장 상태가 갑작스러운 마비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위중하다고 진단했다.

무바라크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3월 독일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도 무바라크 측에서 꾸준히 제기했다. 무바라크의 변호사 파리드 엘-딥은 지난달 18일 "전 대통령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했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말해 재판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무바라크 쪽에 가까운 소식통도 최근 이집트 현지 언론에 "무바라크가 건강 악화로 첫 재판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그가 실제 출석할지는 불투명했다. 무바라크 변호인단도 법원에 '무바라크의 건강 상태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 대다수는 무바라크가 재판을 피하고자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성난 시위대는 지난달 8일부터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무바라크를 포함한 구체제 인사의 처단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

이집트 보건 당국과 병원 측은 "무바라크는 카이로로 이송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상태에 있다"고 확인했고, 무바라크는 결국 이날 헬리콥터를 타고 카이로로 이동해 재판대에 섰다.

재판 장소가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무바라크가 건강상 이유로 샤름 엘-셰이크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자, 반발 여론이 빗발쳤고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28일 카이로 중심가의 컨벤션센터 홀에서 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안과 경호 문제를 이유로 컨벤션센터에서 카이로 외곽의 경찰학교로 옮기기로 하는 등 이틀 만에 결정이 번복됐다. 경찰학교는 카이로 동부 외곽 '뉴 카이로' 지구에 있으며 인근에는 거주자들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