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선교회(대표 김재억 목사)는 매주 월, 수요일, 애난데일 메시야장로교회 파킹장에서 라티노 노동자들을 위해 거리급식을 나누고 있다. 일주일째 화씨 10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고 ,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던 지난 7월 25일은 이예지 아기의 첫돌이기도 하다.



애쉬번에 거주하는 마취 전문의 이승규 씨 셋째 딸 예지는 세살배기 언니 은지와 함께 유모차에 나란히 앉은채 첫번째 생일 상을 거리에서 맞이했다. 초대된 손님은 말끔히 옷을 입은 한인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배고픔과 무더위에 지쳐 거리급식을 받기 위해 찾아온 중남미 출신의 라티노 노동자들이었다. 덥수룩한 수염, 질끈 눌러쓴 모자, 땀에 쩔어 움직일때마다 시큼털털한 체취가 강하게 풍기는 이방 손님들은 고사리같이 어여쁜 예지의 첫돌 잔치에 깜짝 놀랐고, 이윽고 환하게 웃음지으며 진심어린 축하를 마다하지 않았다.

예지의 친할머니 원용춘 씨와 여러 동료들이 함께 만든 돌잔치 음식은 풍성했고 정성이 가득 깃들었다. 따뜻하게 지은 밥, 갈비 불고기와 야채 볶음, 달큰한 잡채, 샐러드 겉절이와 생일케익을 후식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푸짐한 음식들은 도시락에 담겨져 때 마침 거리급식현장을 찾은 라티노들에게 골고루 나눠졌다.

한인청소년들의 밴드 반주에 맞춰 스페니쉬와 영어로 불려진 생일 축하 노래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 같았고, 왁자지껄한 환영과 노래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던 예지는 할머니 원용춘 씨의 품에 안겨 생긋히 웃으며 첫돌의 감격을 만끽하는 듯 했다.

이승규 씨의 은수(5세), 은지(3세), 예지(1) 삼남매는 매번 첫 돌잔치를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눈 특별한 어린이들이 되었다. 가정의 경사가 있는날, 가장 기쁜 첫 돌잔치의 날에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가난한 이웃과 초청한 돌잔치는 벌써 세번째다.

첫째 아들 은수는 벌써 다섯살 꼬마다. 2007년 당시 혈액암으로 투병중이던 할아버지 이재영 씨와 식구들이 셜링턴 도시빈민지역에서 첫 돌을 맞이한 바 있었다. 이재영 씨는 공군 장교로, 대한항공에서 통신사로, 이란 테헤란에서 10년간 일했고, 미국에와서는 세탁소를 경영하다 생각지도 않은 혈액암으로 손수 운전도 못할 때였다. 둘째 은지 역시, 2009년 애난데일 라티노 노동자들과 함께 돌잔치를 맞이한 바 있다. 그리고 셋째 예지의 돌잔치도 애난데일에서 조촐하게 빈민들과 함께 드려졌던 것이다.

이날 돌잔치를 준비한 예지의 조모 원용춘 씨는 “셋째 손녀의 돌잔치에 라티노 노동자들이 함께 해서 자리가 더욱 빛났다 ”며 돌잔치 상을 함께받은 이방인 손님들에게 도리어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