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여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테러 사건을 겪은 노르웨이에 전 세계 사회와 교계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를 보내고 있다.

한국 사회와 교계도 노르웨이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기도하고 있는 가운데, 노르웨이의 현지 분위기와 반응,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등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노르웨이 현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UBF(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진요셉 선교사에게서 들어봤다.

진요셉 선교사는 동역자인 진마리아 선교사와 함께 2004년 노르웨이에 파송돼 각각 의사, 간호사로 일하며 평신도 선교사로 섬기고 있다. 한편 이번 노르웨이 희생자수는 76명으로 정정됐다.

현지서도 범인을 기독교인보다는 극단적 우파로 규정

테러 위협 있어 왔지만, ‘노르웨이인이 동족을…’ 충격

-먼저 깊은 위로를 전한다. 유럽에서도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손꼽히던 노르웨이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전 세계가 충격을 표하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떠한가.

“평화로운 금요일 오후, 휴가 기간에 일어난 연쇄테러 소식은 노르웨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믿을 수 없는 일,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사건에, 전 국민이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에 빠져 있다. 특별히 우토야 섬의 희생자 규모가 크고, 비전과 열정이 넘치는 10대, 20대 청년들의 죽음에 더욱 아파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첫 월요일인 오늘은 전국적인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일어나고, 각 도시에서 추모와 평화 집회가 열렸다. 제가 사는 베르겐에서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인파가 광장에 모여 평화 횃불 행진이 열렸다.”

-특히 언론들에 의해 용의자가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보도되고 있는데, 한국 교계와 세계 교계는 기독교의 정신과 정반대되는 일이 기독교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지 사회와 교계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는 표현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가 신을 믿는다고 하고, 기독교 배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기독교 정신이나 성경 정신이기보다는 극단적인 우파 성향의 다문화와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그가 테러 전 인터넷에 올린 ‘2083 유럽 독립 선언서’에 과거 십자군의 마크가 있고, 내용 중에 성전 기사단 등의 내용이 있으나, 이런 것을 갖고 기독교 근본주의라고 말하는 데는 모순이 있는 것 같다.

이곳 현지인들도 범인을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규정하기보다는 극단적 우파로 규정한다. 그는 유럽사회가 다문화, 특히 이슬람문화로 변하는 것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고, 정치적으로 테러 동기에 대해 정치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어, 끔찍하지만 이런 테러를 자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정부 청사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점, 살해 방식이 너무나 잔혹했던 점을 보아선 단순한 정치 테러라고 보기도 힘들다.”

-많은 노르웨이 국민들이 이번 사건으로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을 듯하다. 현지 교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노르웨이는 과거 기독교 강국, 선교 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인본주의와 물질주의가 침투해 실제적인 신자들은 드물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사회와 개인의 삶에 밀접해 있는 부분이 많다. 유아세례와 성년식을 교회에서 행하고, 초등학교에서 종교와 철학 시간을 통해 성경 공부가 이뤄진다. 또한 주일마다 국영 방송을 통해 예배가 중계된다.

사건 후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았고, 추모예배가 열렸다. 이번 주일에는 오슬로 Domkirke에서 국왕과 총리,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한 가운데 추모예배가 열렸고, 생중계됐다. 많은 목사님들이 희생자들의 가족과, 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학생들을 섬기고 있고, 기도하고 있다.”

-이같은 테러가 일어나게 된 데는 어떤 원인이 있다고 보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노르웨이는 평화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NATO의 회원국이고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 사태에 군사개입을 하고 있다. 또한 석유산업 뿐 아니라, 무기산업에도 관련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노르웨이에도 언젠가는 테러 위협이 있을 것이란 경고가 있어 왔다.

그러나 테러가 노르웨이인에 인해 노르웨이인에게 자행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다. 노르웨이는 열린 사회다. 많은 난민들과 외국인들의 이주가 있었고, 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다른 유럽처럼 노르웨이도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고, 이슬람의 세력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반대하는 우파성향의 당이 세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2번을 걸쳐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고, 이를 적대시하는 극우파 세력이 있다.

하지만 먼저 언급했듯이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한 개인의 납득할 수 없는 증오심이 일으킨 참담한 비극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지금 노르웨이인들은 어떤 세력을 탓하거나 분열하기보다는 더욱 하나가 되려 하고 있고, 사건 직후 총리가 말한 것처럼, 더욱 더 열린 사회, 더욱 더 포용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노르웨이는 민주주의와 열린 사회로 테러에 맞서고 있다.”

노르웨이 기독교, 인본·물질주의로 인해 쇠락해

제사장의 나라, 거룩한 백성 되도록 기도해 달라

-노르웨이의 기독교 현황은 현재 어떤가? 더불어 선교사님의 선교 사역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독일, 그리고 다른 북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루터교가 국교다. 많은 이들이 루터교 신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신자의 수는 10% 남짓이라고 생각되고,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인구는 4-5% 에 불과하다. 과거 선교 대국이었고, 제3세계에서 독신으로 평생을 헌신하며, 선교를 감당한 많은 노르웨이인들이 있다. 중국 가정교회의 어머니로 알려진 마리아 몬센 선교사가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본주의와 물질주의 세력에 의해 많은 이들이 교회에 등을 돌렸고, 특별히 교회에서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루터교가 국교이고, 교회가 국가의 지원을 받기에, 한국 교회와 같은 부흥에 대한 갈급함은 적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교회가 더욱 침체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교회가 국교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는 여러 모습으로 사회 참여를 하고 있고, 약자의 편에 서 있다. 저희 선교 모임은 대학생 선교를 중심으로 하며, 세계 대학생들을 말씀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목적이 있다. 큰 교회를 세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1대1 개인 성경공부와 가정교회 중심의 섬김이다. 노르웨이 땅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믿음의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저희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이다.”

- 노르웨이를 위해 한국 교계가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

“노르웨이가 다시 하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 또한 이번 사건의 희생자 가족과 상처받은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청년들 가운데 많은 그리스도의 제자를 세워 주시도록 기도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