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유럽의 인종주의자들이 무슬림 이민자를 정조준하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노르웨이 테러 참사를 다룬 25일자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이번 테러가 반(反)이슬람 성향을 띤 극우주의자의 소행인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유럽 내 무슬림 이민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무슬림을 직접 겨냥한 테러는 아니지만 현지 경찰은 무슬림을 목표로 한 유럽 내 극우 인종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내 반이슬람 정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지난 10년간 확대돼 왔다.

191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테러, 56명을 숨지게 한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등 유럽국가 수도 한복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주도한 테러를 겪으며 이슬람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감은 증폭됐다.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차치하더라도 유럽인들에게는 여성 할례나 명예살인 등 여전히 이슬람권 일부 지역에서 잔존하고 있는 관습을 마음으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유럽인들은 무슬림 이민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의 일부 극단적 문화가 유럽에까지 퍼지진 않을까 두려워 하며, 이슬람 문화를 친근하게 받아들이길 주저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무슬림 이민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잠식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유럽인 사이에 반 이슬람 정서를 키웠다.

유럽연합(EU)으로 각국이 경제적으로 통합된 이후 해외 이민이 급증하고 유럽 내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무슬림들의 이민은 크게 늘어났다.

무슬림을 포함한 비(非)유럽 출신 이민자는 현재 유럽 전체 인구의 4%, 3천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프랑스나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민자 비율은 1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무슬림의 유럽 이민은 올해 들어 중동ㆍ북아프리카 시위 사태를 겪으며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재스민 혁명'의 혼란 정국 속에 유럽행을 꿈꾸며 이탈리아 섬에 도착한 튀니지인만 2만6천명에 이르렀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유럽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인 우파를 끌어안기 위해 무슬림과 일정 거리를 두는 정책들을 잇따라 시행한 것이 유럽과 이슬람권 간 괴리감을 좁히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톨레랑스(관용)'를 자랑하던 프랑스는 지난 4월 유럽국가 최초로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인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인권단체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파를 끌어안기 위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벨기에도 지난 23일 부르카 착용 금지법 시행에 돌입했고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유사한 법률의 제정을 준비 중이다.

스위스에서는 2009년 11월 국민당(SVD)을 비롯한 우파정당들의 주도로 이슬람 사원의 상징적 건축물인 첨탑(Minaret) 건설을 금지하는 국민투표안이 통과됐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파 자유당과 오스트리아 미래동맹 등을 중심으로 첨탑 건설 금지를 입법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정당들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유럽에서 다문화 공동체가 서로 공존하는 사회의 구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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