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AP.AFP=연합뉴스) 이집트에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재점화된 가운데 시위대가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 지도자의 퇴진과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집트 군부는 이에 대해 퇴진은 있을 수 없다면서 폭력 시위로 번질 경우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 닷새째인 12일에는 민주화의 상징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3만명의 시위대가 몰린 것을 비롯해 지중해 연안도시인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등 전국 곳곳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빚어져 군부의 퇴진과 민주화를 향한 개혁조치를 요구했다.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과도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하면서 군 최고위원회(SCAF)의 후세인 탄타위 최고사령관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군부 통치의 종식"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탄타위 최고사령관은 30년간 독재를 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밑에서 오랫동안 국방장관을 지낸 군인이다.

지난 8일부터 닷새째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무바라크 정권 인사들의 단죄를 비롯한 과거 청산과 미진한 민주화 개혁의 가속화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군부의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군부가 세운 에삼 샤라프 과도정부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시위가 확산되자 성명을 내고 시위가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위대를 향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모흐센 엘-판가리 장군은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군 최고위원회는 이집트 역사에서 매우 민감한 현 시점에서 국가를 관리하는 임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군부 대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군부는 그러면서도 선거를 통해 약속대로 민간인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방침을 재천명하며 일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과도정부는 예히아 엘-가말 부총리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 시위대는 지난 2월말 부총리에 임명된 가말의 언행을 문제 삼으며 퇴진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이 역시 시위를 잦아들게 하기 위한 유화적 조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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