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에 설립됐던 한국학 단과대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에 있는 극동국립대, 극동공과대, 극동상업대, 우수리스크사범대를 통폐합해 극동연방대를 신설하면서 1995년 설립한 극동국립대의 한국학대학을 폐지하고 해당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한국학대학 건물은 장치혁(79) 전 고합그룹 회장이 일제 강점기때 연해주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선친(장도빈 선생)의 뜻을 기리고, 한러 우호증진과 한국학 연구를 위해 150만달러를 후원해 건립했던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13일 극동국립대 한국학대학 역사학과에 재직하다 현재 성신여대 의류학과 전임강사로 파견된 송지나(61.여) 교수에 따르면 지난 2월 극동국립대 등 4개 대학이 통폐합해 극동연방대가 신설됐다. 이 과정에서 극동국립대의 한국학대학이 폐지되고, 극동연방대 지역국제연구대학의 한국어학과로 축소돼 오는 9월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한국학대학 건물도 내년에 민간에 매각된다.
고려인인 송 교수는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학대학이 설립됐을 때 고려인들은 너무 기뻐하면서 한국 관련 연구도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그런데 고려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한 한국학대학이 슬그머니 사라진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한국학대학이 애국지사의 얼이 담긴 건물과 함께 없어지는 것은 한민족의 역사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건물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한국학대학만큼은 반드시 존속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극동연방대 안드레이 바코 국제담당 부총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부산경제교류단에 “한국학대학 건물은 옮길 수 없어도 한국학대학은 존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안성민 부산시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이미 한국학대학이 폐지되고, 학장이 보직 해임됐으며 한국학대학 교수들은 모두 극동연방대 지역국제연구대학의 한국어학과 교수로 발령받아 최근 신분증 발급 신청서까지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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