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맡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잠언 16장 3절의 ‘맡기라’는 히브리어로갈랄(גָּלַל)이다. 굴리다, 굴려 옮기다. 성경이 말하는 맡김은 단순히 손을 놓는 일이 아니다.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을 하나님께 굴려 옮기는 일에 가깝다.
성경에는 돌이 움직이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창세기 29장에서 목자들은 우물 입구를 막고 있던 돌을 굴려 양 떼에게 물을 먹인다. 막혀 있던 길이 열리고, 물이 다시 흐른다.
여호수아 5장 9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애굽의 수치를 그들에게서 굴려 없애셨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굴러간 것은 돌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들을 따라다니던 수치였다.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도 돌을 만난다. 예수님은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을 옮기게 하신다. 원어와 문맥은 서로 다르지만, 그 장면 앞에서 나는 한 가지를 묵상한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돌이 옮겨진다면, 나는 무엇을 다시 보게 될까.
오래된 두려움일까. 해결되지 않은 관계일까. 건강에 대한 염려, 자녀에 대한 걱정, 재정의 불안. 아니면 이미 지나간 일을 끊임없이 되짚으며 오늘까지 붙들고 있는 마음일까.
시편 37편 5절은 말한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성경에서 맡김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다. 내 길을 하나님께 옮겨 놓는 일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까지 내 경영 안에 넣으려는 수고를 멈추고, 하나님의 손에 내 삶을 맡기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인생을 너무 오래 들고 있었다.
기도하면서도 다시 들었다. 맡긴다고 말하면서도 결과를 확인했고, 내려놓았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계산했다.
맡김을 말하면서 통제를 놓지 못했다.
여기서 리어카 한 대를 떠올려 본다.
리어카에 짐을 가득 싣고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이 있다. 짐을 내릴 때는 리어카의 앞쪽을 들어 올린다. 그러면 실려 있던 물건들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짐을 모두 내려놓은 리어카는 가벼워진다.
그런데 주인에게 짐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끌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성실함이 아니라 배달 사고다.
하나님께 맡긴다고 기도하고도 그 짐을 다시 가져오는 것. 이것 역시 배달 사고다.
맡겼으면 옮겨 놓아야 한다. 드렸으면 다시 움켜쥐지 않아야 한다.
오늘은 내 리어카를 기울여야겠다.
견디다 쓰러질 때까지 버티는 것이 믿음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하나님께 맡겨야 할 영역을 분별하는 것. 내 몫의 책임은 성실히 감당하되, 결과까지 내 손으로 움켜쥐려 하지 않는 것.
그것도 믿음의 중요한 태도다.
찬송은 오래전부터 무거운 짐을 주님께 맡기라고 노래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짐을 품에 안고 기도한다. 하나님께 맡겼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다시 계산하고 다시 통제한다.
맡김과 통제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같은 짐을 되찾아 오는가.
시편 131편에서 다윗은 자신이 크고 놀라운 일을 좇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의 영혼은 젖 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있는 것처럼 고요하고 평온하다.
더 많이 이루려는 마음보다, 하나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선택한 것이다.
나도 이제 모든 것을 내 계획 안에 넣으려는 수고를 멈추고 싶다.
내 인생을 맡기고, 내 건강을 맡기고, 내 재정과 자녀를 맡기고, 내 관계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맡기겠다.
그렇다고 오늘의 책임까지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성실히 하겠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나님께 맡겨야 할 일을 혼동하지 않겠다.
내가 할 일은 성실하게. 결과는 하나님께.
이것이 오늘 내가 배우고 싶은 맡김의 기술이다.
나의 배달 사고를 멈추겠다
나는 오늘, 다 굴려 버리겠다.
오래 들고 있던 무게를 하나님께 옮겨 놓겠다. 다시 가져오지 않겠다. 기도한 뒤에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되찾아 오지 않겠다.
오늘부터 나의 배달 사고를 멈추겠다.
하나님께 맡겼으면 그분의 손에 두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성실히 하되, 결과까지 내 손으로 움켜쥐려 하지 않겠다.
내 인생을 내가 끝까지 경영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한 걸음 물러서겠다.
리어카를 기울이고,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오늘을 살아가겠다.
맡긴 짐을 다시 가져오는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
오늘은 배달을 제대로 하겠다.
혹시 당신도 지금 무언가를 너무 오래 들고 있지는 않은가.
맡겼다고 말하면서 다시 가져오는가. 하나님께 드리기에는 아직 불안해서 끝까지 움켜쥐고 있는가.
그 짐을 언제까지 들고 있을 것인가.
오늘도 혼자 경영하며 버틸 것인가.
아니면 이제, 하나님께 굴려 맡길 것인가.
나는 오늘, 다 굴려 버리겠다.
나의 배달 사고를 멈추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성실히 하고, 하나님께 맡긴 짐은 다시 가져오지 않겠다.
한 번 굴려 보자.
그리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오늘을 살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