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다 사라지고 선교센터 인근도 피해
교회 11곳 파손... 목회자 가족 실종되기도
임시 거처와 지역 공동체 회복 지원 필요
종교 구분 없이 피해 주민 돕고 섬겨야
지진 때와 달리 피해 복구에 수년 걸릴 것


네팔을 덮친 대홍수로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또 이재민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계전문인선교회(PGM, 국제대표 호성기 목사) 소속 네팔 선교사 2명이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요청했다.

1일 줌으로 진행된 PGM 기도회에서 허언약 선교사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부터 소개했다. 허 선교사는 "홍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트리슐리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이번 홍수가 난 지역에서 선교센터까지 50m 거리에 있다"면서 "오전 9시쯤 홍수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선교센터에 있던 모든 사람을 산으로 급하게 대피시켰다"고 했다.

그는 "집 앞 도로에는 4~5m 정도 높이로 잔해물이 쌓여 있었는데, 어제서야 길이 뚫렸다"면서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교량도 끊겼기에 강 건너편 마을이 여전히 고립돼 있다. 임시로 줄 하나를 양쪽으로 연결해 바구니를 이용해 건너편 마을에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팔 홍수로 폐허가 된 주택가. 4~5m가 넘는 잔해물로 도로와 기반시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세계전문인선교회
▲네팔 홍수로 폐허가 된 주택가. 4~5m가 넘는 잔해물로 도로와 기반시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세계전문인선교회

허 선교사는 "네팔교회와 함께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현지 교회 11곳이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파손됐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티베트 국경에 있는 강 주변의 교회로, 늘 만나던 목회자들이 상주하던 곳이기에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지 목회자 1명과 다른 목회자의 사모 1명, 목회자 자녀 1명이 아직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피해 규모는 아마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같이 훈련하던 제자 중 한 명은 아내와 딸, 남동생 3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했다.

허 선교사는 "수력발전소 공사장에는 실종된 한국인 9명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수백 명은 네팔교회 성도와 인근 마을 주민이었다"면서 "현지 교회 성도들이 친근한 표현으로 나를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현지 접근조차 불가능해 그들을 찾아갈 수도, 만날 수도 없어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했다.

이어 "오토바이를 타고 국경 지역 미션스쿨을 방문하기 위해 홍수가 났던 길을 다녔는데, 이제는 길의 흔적조차 없다. '앞으로 다시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허 선교사는 "현재 선교센터 안에는 신학생 23명과 스태프, 마을이 고립돼 갈 수 없는 주민 등 60여 명이 함께 모여 식사하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면서 "제일 어려운 것은 전기와 물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전기가 복구돼 낮은 전압으로 전등 하나를 밝힐 정도는 됐다"면서 "하지만 수도는 끊겨 비가 오는 시간에는 양동이에 빗물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홍수피해를 입은 네팔 현지교회 11개.    ⓒ세계전문인선교회
▲홍수피해를 입은 네팔 현지교회 11개. ⓒ세계전문인선교회

현지 선교사들이 요청한 것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구호였다. 이바나바 선교사는 "이번 홍수는 네팔 북부에서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돌발 홍수가 발생했고, 연쇄적인 산악 재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실종된 상황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구호 단체와 선교사들이 피해 가정을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선교사는 "정부에서는 일반인들이 사고 현장까지 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지 선교사들은 그런 원칙을 존중하면서 최근 피해 현장 근처에서 구호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생필품인데, 어느 정도 구호 활동이 끝나면 이재민들이 임시로 생활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면서 "대규모 홍수 피해 때문에 아마도 집단 이주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외부 사람들이 잠깐 들어가 물품을 나누는 것보다,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네팔교회와 함께 피해 가정을 찾아가 지속적으로 돌보는 사역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네팔 현지 선교사들이 피해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전문인선교회
▲지난달 31일 네팔 현지 선교사들이 피해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전문인선교회

허 선교사는 "지금 쌀 한 포대가 너무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사역"이라면서 "네팔이 11년 전 지진을 겪었지만 많은 NGO와 구호 단체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년까지 크고 많은 일을 하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허 선교사는 "지진 이후 최근까지 마을 복구를 위한 사역을 펼쳤는데, 이번 홍수는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마 피해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난의 중심지에서 살아가는 선교사로서, 쌀과 긴급 구호가 아닌 장기적인 복구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선교 단체, 교회, 구호 기구가 연결돼 떡과 말씀으로 네팔 민족을 섬기게 해 달라는 것이 기도 제목"이라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구분하지 않고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공동체의 복구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선교사는 "교회가 쓸려 내려갔기에 교회 건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지는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구분하지 않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사람들을 먼저 돕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쌀과 음식, 옷을 전달하는 단기 구호 이후 임시 거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면서 "이들이 회복 단계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 방안도 지금부터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선교사도 "홍수 피해를 입어 가난해진 마음을 지닌 네팔인들이 하나님을 진심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교회가 이들을 안아주고 함께할 수 있도록 정성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홍수로 쓸려 내려온 트럭과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세계전문인선교회
▲홍수로 쓸려 내려온 트럭과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세계전문인선교회

두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해외 한인교회에 중보기도 제목도 잊지 않았다. 이 선교사는 "가족을 잃고 어린아이와 노인만 남은 가정, 생계 수단을 모두 잃어버린 가정이 많다. 가족과 집, 생업을 모두 잃은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이번 재해 이후 현지인들의 삶이 회복되도록, 사랑 나눔을 통해 예수를 만나는 진정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허 선교사는 "홍수로 피해를 본 교회와 성도들이 불안해하기보다 '그리하지 않으실지'라는 주님만 바라보며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 채 원망하고 울부짖는 네팔 사람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교회를 통해 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