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교회이자 역사적 유적지인 테헤란의 '성 베드로 복음주의 교회'(St. Peter's Evangelical Church)가 이란 당국에 의해 강제 몰수 및 점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스페인복음주의연맹(Alianza Evangélica Española, AEE)이 이란 외교부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긴급 서한을 보내 외교적 개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이란 정보 당국은 지난 6월 16일 성 베드로 교회 부지 내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 12가구와 아시리아인 8가구에 즉각 퇴거 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주민들이 퇴거에 불응할 경우 교회 지도자들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신도들에게는 다른 예배 장소를 찾으라고 통보했다. 공식적인 최후 통첩에 앞서 이란 정보 요원들이 해당 건물에 수 시간 동안 머무는 등, 강제 퇴거를 앞두고 의도적인 위협 전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가정 대부분은 저소득층으로, 교회의 지원 없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압수 조치는 1998년 이란 혁명재판소가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테헤란 중심부에 위치한 약 4헥타르(약 1만 2천 평) 규모의 성 베드로 교회 부지 전체(역사적 사당, 학교 2곳, 주택 수십 채 포함)를 국가 기관인 '이맘 호메이니 명령 집행단'(EIKO)에 귀속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교회를 운영하는 이란복음주의교회협의회는 2008년이 돼서야 우연히 이 판결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에 대해 항소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1980년 이후 최고지도자 사무실의 지시에 따라 협의회의 등록 갱신을 거부하고 소유권 관련 사건을 강제로 종결 처리해 사실상 모든 법적 구제 수단을 차단한 상태다.
스페인복음주의연맹 "전형적인 개신교 자산 말살 형태"
AEE는 후안 카를로스 파라(Juan Carlos Para) 사무총장이 서명한 긴급 서한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이란 내 개신교회의 재산을 몰수하고 파괴하는 광범위한 탄압 패턴의 일부"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 이란 이슬람 공화국 헌법상 종교적 소수자로 엄연히 인정받는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상기시켰다.
AEE는 스페인 정부가 가용 가능한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강제 퇴거와 교회 복합시설의 몰수, 철거 및 용도 변경 시도를 즉각 중단하도록 이란 정부를 압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일한 내용의 협조 요청은 이란 주재 스페인 대사에게도 전달됐다.
1876년 샤 나세르 알딘 샤 카자르가 미국 선교사들에게 제공한 땅에 세워진 성 베드로 복음주의 교회는 이란 개신교 역사의 상징적인 장소다.
이란의 인권 변호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Shirin Ebadi)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란 정권은 초기에는 페르시아어 예배를 위협으로 간주해 교회를 폐쇄했고, 이후에는 개종자들을 박해했다"며 "이제는 그 압박의 범위가 개종자를 넘어 역사적 유적지와 오래된 교회, 그리고 아르메니아인과 아시리아인 공동체의 삶의 터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에 존재했던 약 50개의 개신교 교회 가운데 공식 예배가 허용된 곳은 단 12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페르시아어 설교는 전면 금지돼 있으며, 아시리아어나 아르메니아어 등 소수민족 언어로만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이러한 제약을 피해 가정교회에서 모이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사법 당국의 탄압도 거세지고 있다. 인권단체 '아티클18'(Article18)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이란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을 이유로 체포된 기독교인은 총 254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선고된 총 형량은 280년으로 전년도(263년)보다 늘어나 처벌 강도가 점차 가혹해지는 추세다. 미국 국무부 역시 이란의 노골적인 종교 자유 침해를 이유로 1999년부터 이란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스페인복음주의연맹(AEE)의 서한에 앞서 세계교회협의회(WCC)도 공식 성명을 통해 이란 정권에 "교회 재산의 몰수 및 철거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교회 지도자들과 신도들에 대한 행정적·법적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