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여성들에게 국경을 넘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 목소리, 내 선택(My Voice My Choice, 이하 MVMC)'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유럽 내 정치·사회적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기독교 법률 권리 단체인 유럽법과정의센터(European Centre for Law and Justice, 이하 ECLJ)는 이를 '국가 주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MVMC 발의안은 EU 예산으로 기금을 조성해 폴란드나 몰타와 같은 전면적 낙태 금지 국가, 또는 이탈리아처럼 낙태 시술이 어려운 역내 국가 여성들의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발의안은 1,124,513건의 검증된 지지 서명을 받아 2025년 9월 1일 유럽위원회에 제출됐으며, 이후 유럽의회는 공개 청문회를 거쳐 12월 17일 찬성 358표, 반대 202표, 기권 79표로 안건을 가결했다.

의회는 EU 기금을 활용해 회원국 국내법에 따라 국경을 넘어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택적 재정 메커니즘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EU 27개 회원국에서 온 17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낙태 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유럽위원회에 제출했다. 

MVMC 캠페인 측은 보도자료에서 "긍정적인 응답은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이며 EU의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ECLJ는 이번 계획이 각국의 법적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프랑스의 법정 낙태 허용 기한(임신 14주)을 넘긴 여성이 네덜란드에서 시술을 받거나, 폴란드에서 다운증후군 태아 낙태가 불법인 상황에서도 프랑스에서 낙태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CLJ의 그레고르 푸핀크(Grégor Puppinck) 소장은 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위원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채택된 국가 법률 체계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재정적 수단을 통해 각국 의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CLJ를 대표해 글을 쓴 푸핀크는 해당 제안을 거부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로 ▲낙태 관련 사안에 대한 EU 권한의 한계와 보조성 원칙 ▲유럽 및 국제 인권법상 낙태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MVMC 이니셔티브가 개발·추진된 제도적 맥락과 공정한 평가의 필요성 ▲낙태가 여성에게 미치는 의학적·심리적·사회적 영향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유럽 시민 발의안(ECI)에 대한 위원회의 처리 방식, 특히 '우리 중 하나'(One of Us) 발의안과의 비교에서 일관성과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오는 2월 25일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