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최근 새로 승인한 형사소송법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노예제를 법제화하고 계급 기반 사법제도를 공식화했다. 법률 전문가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법이 적법 절차를 박탈하고 성별·종교·사회적 지위에 따른 특권을 제도화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새 법은 총 119조로 구성돼 있으며, 아프간 사회를 종교학자, 엘리트, 중산층, 하층민 네 계급으로 나누고 동일한 범죄에 대해 서로 다른 처벌을 규정한다. 성직자는 '조언'을 받는 수준에 그치지만, 하층민은 투옥과 체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 조항에서 '자유인'과 '노예'를 구분한 점을 들어, 탈레반이 노예를 정당한 신분으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새 법은 탈레반 관리를 모욕할 경우 20대의 태형과 6개월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하나피 이슬람 법학파를 버린 개인에게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58조는 이슬람을 떠났다가 돌아온 여성에게 종신형과 반복적인 체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32조는 아내를 심하게 폭행한 남편에 대한 처벌을 15일로 제한한다.

법은 변호사 선임권, 묵비권, 부당 처벌에 대한 보상 청구권 등 기본적인 법적 보호를 배제하고 있으며, 자백과 증언에 의존해 독립적 조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춤추기'나 '부패 집회 참여' 같은 모호한 범죄를 도입해 당국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이를 "성별 분리주의의 법적 근거"라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인권 특별보고관 리처드 베넷은 "새 형법은 여성과 소녀에 대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강화한다"며 국제적 대응 메커니즘 도입을 촉구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지난해 탈레반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Hibatullah Akhundzada)와 압둘 하킴 하카니(Abdul Hakim Haqqani)에 대해 성별 기반 박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짐 리쉬(Jim Risch) 의원장은 "탈레반은 이제 노예제 복귀를 승인했다"며 "미국은 탈레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특별대사이자 전 영국 총리인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은 가디언에 올린 기고에서 "탈레반의 여성·교육 정책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에서 권력을 되찾은 이후 소녀들의 중·고등 교육을 금지하고 여성의 일자리를 대부분 제한했으며, 마스크 착용 의무와 공원·체육관·미용실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최근에는 여성 기자와 여성 체육관 운영자를 체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편 BBC는 2025년 1월 아쿤자다의 내부 발언을 인용해 "탈레반 지도부 내 분열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판지시르 계곡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 교육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에게 교육을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탈레반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며 사실상 정권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추방 협조를 확대하면서 탈레반 통치를 간접적으로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탈레반에 대한 세금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통해 탈레반 정부에 자금을 흘려보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 법이 아프가니스탄을 "현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후퇴 사례"로 만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책임지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