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성경을 해석하고 신앙적 조언을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AI 기반 성경 앱과 대화형 언어모델은 개인 묵상과 성경 공부의 보조 수단을 넘어, 사실상 '해석의 중개자'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영국성서공회(Bible Society)가 후원하고 케임브리지 중국신학연구센터가 협력한 파일럿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진은 사용자 수와 평점이 높은 ChatGPT, Bible GPT, Cross Talk, Biblia Chat, Bible Chat 등 다섯 가지 성경 챗봇을 대상으로, 신학적으로 논쟁적인 성경 본문에 대해 반복 질문을 던지고 응답의 경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AI 성경 해석은 특정 교단의 교리를 직접 주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적 본문일수록 일관되게 보수적 해석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로마서 1장 26~27절이다. 동성 간 성관계를 다루는 이 본문에 대해 AI는 거의 예외 없이 전통적 복음주의 해석을 기본값으로 제시했다. 표현은 '사랑'과 '존중'의 언어로 완화됐지만, 결론은 동성 간 성관계를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난 행위로 규정했다.
여성의 역할을 다룬 디모데전서 2장 12절의 경우, AI는 당시 에베소 교회의 문화적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지만, 최종 결론에서는 남녀 역할 구분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여성 리더십을 긍정하는 평등주의적 해석은 소개되더라도 예외적 견해로 처리됐고, 교회사적 다양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구원의 유일성을 선언한 요한복음 14장 6절 역시 AI의 보수적 응답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본문이다. AI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유일성을 분명히 강조하며, 종교다원주의나 포괄주의는 설명의 대상이나 논쟁 소개 수준으로 다뤘다. 언어는 온건했지만, 신학적 입장은 분명했다.
종말과 심판을 다룬 마태복음 25장 46절에서도 AI는 전통적 종말론을 중심에 뒀다. 지옥을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의 결과로 설명하는 해석이 우선적으로 제시됐고, 보편구원론이나 조건적 불멸설은 부차적 견해로 짧게 언급됐다. 해석의 스펙트럼은 존재했지만, 중심축은 흔들리지 않았다.
가장 난해한 본문으로 꼽히는 여호수아 정복 기사에서도, 본문에 등장하는 폭력과 진멸 명령에 대해 AI는 '하나님의 주권'과 '구속사적 맥락'을 강조하며 설명을 수렴시켰다. 현대 윤리와의 충돌이나 폭력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깊이 다뤄지지 않았고, 윤리적 긴장은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을 두고 "AI가 신학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선택'한다기보다, 가장 널리 학습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석을 안전한 답으로 채택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즉, "AI는 중립적인 해석자가 아니라, 다수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확성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AI의 응답 방식이다. 많은 AI 성경 앱과 언어모델은 해석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위로와 권면을 건네는 '목회자적 어조'를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AI가 점차 해석자이자 영적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력이 인간 교사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AI 개발자들에게 신학적 전제와 데이터 출처의 투명한 공개, 다양한 신학 전통을 반영한 설계, 신학자들과의 협업을 권고하고, 사용자들에게도 AI가 어떻게 답변을 생성하는지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읽는 AI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 표지. ⓒwww.biblesociety.org.uk
연구진은 "AI는 성경을 해석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많이 학습된 신학적 목소리를 재생산할 뿐"이라고 했다.
성서공회 디지털 전략 담당 토비 베레스포드(Toby Beresford)는 "온라인 세계는 디지털 대륙이다. 이미 이 공간에서 대규모 영적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며 "걸려 있는 것은 수십억 영혼의 신학적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헝가리 출신의 성서신학자 졸탄 슈와브(Zoltán Schwáb) 박사는 AI 접근의 용이성이 성경 해석의 형성 과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성서 연구는 시간과 맥락,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AI는 즉각적인 답을 제공하기 때문에 깊은 이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슈와브 박사는 "교회가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사용할지, 혹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정 습관과 규율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AI 도구는 사용자가 더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자신이 속한 전통 내에서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챗봇이 교사나 멘토처럼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책임이 커지고, 신학적 균형이 부족할 경우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서공회는 현재 중국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젝트를 포함해 자체 AI 기반 성경 도구를 개발 중이며, 빠르고 단순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대신 성경에 대한 더 깊은 참여를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