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한국인인척 국내 정치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X(옛 트위터)가 댓글 등의 국적 표시제를 도입한 결과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계정에 접속한 후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글들을 조직적으로 올린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거다.
X는 전 세계에서 약 4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미국의 포털 서비스이다. 그런 계정에 접속한 위치와 국적이 공개되자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진실, 즉 중국의 전문적인 댓글부대 활동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X에서 대표적인 계정을 찾아보니 중국에서 접속한 계정에 7년간 무려 6만2천개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26~27건의 글을 올린 거다. 이걸 누가 보통 일반인이 한 거라 믿겠나.
놀라운 건 이 글들이 모두 한국인이 작성한 글인 것처럼 위장됐다는 점이다. 일반인이라면 중국인이 중국에서 계정에 접속해 글을 올리면서 굳이 한국인인척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글들이 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반대로 야당인 국민의 힘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라는 점에서 중국 댓글부대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게 X 뿐이란 거다. X가 국적 표시제로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면 이런 진실조차 영영 묻힐 수 있었다.
중국 댓글부대의 실체가 X를 통해 드러나면서 이제 관심은 국내 포털에 쏠리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국적 표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직 실체가 드러낸 게 없지만 여기에서 중국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커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의 정치 관련 댓글 또한 X에서 드러난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X의 이용자 접속 위치 공개로 지난 수년간 국내 정치상황에 중국의 댓글부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 힘에선 "제2의 드루킹 사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인을 가장한 중국 계정의 여론 조작은 제2의 드루킹 사건"이라며 "보이스피싱 대처를 위해 국제전화 표시 의무를 부과한 것과 같은 국내에서도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한국인을 가장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극렬 지지하던 많은 계정(이용자들)의 접속지가 '중국'이었다. 내정 간섭이자 선거 관여"라며 "형사 고발을 통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다. 앞서 나경원 의원이 지난해 10월 온라인 댓글 작성자의 국적 등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그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라 이번 X 계정 국적 공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여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댓글부대가 국내 정치에 개입한 정황은 X를 통해 이번에 처음 밝혀졌지만 국내 산업에 개입해 여론 조작을 해 온건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중국 댓글부대가 전기차와 배터리, 스마트폰 등의 한·중 간 치열한 경쟁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에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식으로 여론조작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던 거다.
네이버에서 키워드 중심 70개 기사를 무작위로 수집해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중국인 추정 계정이 77개 이상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계정은 점조직처럼 움직이며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핵심 인물의 조율 아래 특정 산업 관련 기사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게재하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선거 직전에 중국 공산당이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간섭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바 있다. 그 한 예로, 중국 공산당이 국내 조선족 단체와 중국 유학생들을 동원해 '후쿠시마 오염수' '반(反) 윤석열 정부' 관련 괴담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다.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의 내정에 간여해 왔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캐나다, 대만, 호주 등 선거에서 개표 조작 등에 깊이 개입한 사실이 수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난 건 아직 빙산의 일각 수준이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경계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약 4,000만 명의 댓글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 총선에서도 중국이 이 방법을 썼을 것이란 거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IT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여론 확산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중국 댓글부대가 공격하기 손쉬운 상대로 꼽힌다.
이번 X의 이용자 접속 위치 공개로 미국의 계정들이 중국의 여론 조작을 위한 먹이로 이용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건 곧 중국 정부가 국내 정치에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일 것이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정치, 경제를 넘어 사회문화, 미디어 등 우리 생활 전반으로 파고들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중국에 대한 국민적 반발심마저 법으로 강제하려 들고 있다. 이건 우리 정치가 중국에 약점을 잡힌 걸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사이버 전쟁은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무서운 목표를 실천해 가는 과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무제한의 전쟁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정치적 유불리로 계산해 이를 방치 내지 좌시한다면 대한민국이 중국의 전체주의에 종속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