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 정부가 추진 중인 '2024년 종교단체 법안'(Religious Organizations Bill)과 '2024년 종교단체 정책'(Religious Organizations Policy)에 대해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교회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케냐복음주의연맹(Evangelical Alliance of Kenya, 이하 EAK)는 10월 22일 정부에 제출한 각서에서 이번 법안이 "종교단체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AK는 "이 법안은 종교단체를 마치 정부 자금 피지원 기관이나 준국영 부서처럼 다루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법무장관실 산하에 '종교단체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종교단체 등록관'을 임명해 종교단체의 등록, 정지, 취소 등의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EAK는 "감독이라는 용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정부가 예배 활동을 임의로 제한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법안 제7(2)항이 위원회의 감독 권한 범위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는 향후 예배의 자유를 침해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냐교회및성직자협회(Church and Clergy Association of Kenya, 이하 CCAK)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종교단체들이 충분한 의견을 제출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CCAK 전국의장 허드슨 은데다(Hudson Ndeda) 주교는 "법안이 기구와 위원회를 설치해 종교단체를 감시하려는 것은 의심스럽고 차별적"이라며 "이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은데다 주교는 10월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가 왜 종교 기관을 징벌적으로 규제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등록 교회나 지도자에게 500만 케냐 실링(약 3만 9천 달러)의 벌금이나 3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케냐복음주의및원주민기독교교회연맹(FEICCK)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FEICCK의 사무엘 은지리리(Samuel Njiriri) 주교는 "이 법안이 현재 형태로 통과될 경우, 소규모 원주민 교회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이는 종교의 다양성을 해치는 조치"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종교단체 규제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2023년 발생한 '샤카홀라 학살' 사건이 있다. 자칭 목사였던 폴 매켄지(Paul Makenzi)가 신도들에게 "단식하면 천국에 간다"고 설교하며 집단 자살을 유도해 최소 500명이 숨진 비극이었다.
이 사건 이후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은 종교단체의 운영과 책임 구조를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해당 태스크포스는 종교단체를 관리·감독할 '종교문제위원회' 신설을 권고했다.
현재 케냐의 종교단체 등록은 일반 사회단체법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도로는 종교적 극단주의나 사이비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별도의 법적 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루토 대통령은 기독교계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결코 예배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월 6일 나이로비의 한 교회 예배에서 "나는 종교 지도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을 규제하고, 정부는 그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예배의 자유를 타협 없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교단체 정책 2024' 문서에는 "이 정책의 목적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종교를 악용한 범죄나 사이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책은 종교 활동을 안내할 명확한 법적 틀의 부재, 종교 콘텐츠의 규제되지 않은 온라인 방송, 종교 피해자에 대한 재활 시스템 부재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