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정치적 격변을 심하게 겪으면서 '교회의 정치 참여'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교회는 세속 정치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참여해야 하는가'는 지난 수년간 교회 내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에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과 전문가들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담임 이기용 목사)에서 이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이기용 목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박성민 목사(CCC 대표), 김문훈 목사(포도원교회), 장동민 교수(백석대), 전석재 교수(서울신대), 최윤식 미래학자가 패널로 나섰다. 

한기채 목사는 "교회와 정치의 목적은 서로 다르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고, 세속 정부는 정의와 자유를 실현하는 데 더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교회는 세상에 성경적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더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는 더 높은 차원에서 세속 사회에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윤식 미래학자는 "정치 이념을 가지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것이 심화하면 사회는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이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성도와 국민"이라며 "그러므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성도가 그 부분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문훈 목사는 "목회자가 정치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성급하게 답을 주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일어나는 것 같다"며 "바로 답을 주려 하다보면 정당과 정치인에게 이용당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전석재 교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대변하고 그 가치로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 교회다. 그러므로 사회적 약자 등 소외 계층을 돌아보는 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런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건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성경의 원리와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학 목사는 "정치는 교인들이 살아가는 물과 같다. 교회에서 아무리 맑은 물을 주어도 세상의 물이 혼탁하다면 교인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며 "따라서 어떤 정책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어떤 이념과 사상, 철학이 교인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는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성경적 정치는 진리 중심이 돼야 한다. 반면 왜곡되거나 병든 교회의 정치 참여는 진영 중심"이라며 "교회가 섣부르게 진영 논리에 참여해서 특정 이념을 사수한다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교회의 이미지가 특정 정파와 동일시 되면 교회는 쇠락하고 그 정체성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목사는 "교회가 성경에 근거해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의 필요에 얼마나 공감하면서 나아갈 것이냐' 하는 것"이라며 "성경의 원칙을 이야기 하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교회가 정치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장동민 교수는 "교회와 정치는 결코 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3.1운동 당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었고, 해방 후 반공주의와 산업화가 필요할 때 교회가 선두주자가 되어 정부와 함께 일하므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성립했다"며 "교회가 그 때마다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행동했던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그러므로 시대정신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로 바뀌고 있는 지금, '과연 어떤 시대정신을 정립하고 여기에 맞는 정치체제를 상상해야 하는가' 이것이 교회와 목회자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다만 가장 고난받고 핍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시대정신의 모체"라고 했다. 

한편, '한국교회 열린 토론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교회와 정치' 이외에도 '교회와 사회', '교회와 미래'라는 주제로도 토론을 이어갔으며, 위에서 언급한 패널들 외에도 이인호 목사(더사랑의교회), 박명룡 목사(청주서문교회), 김형근 목사(순복음금정교회), 남빈 목사(뉴송처치)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 토론회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좌장을 맡았던 이기용 목사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며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시간은 아니다. 우리가 차이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그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