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지도자들, '낙태 자유화 및 약물 낙태 도입 반대' 1인 시위 돌입
국회 앞서 향후 4개월간 릴레이 시위, 김운성·한기채 목사 등 동참 예정
이재훈 목사 "진정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생명 보호 의무 포함돼 있어"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들이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포함된 '약물 낙태 허용' 추진에 강력히 반대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이재훈 온누리교회 담임목사가 첫 주자로 나서 "생명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약물 낙태는 국가적 자살 행위"라고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목사의 시위를 시작으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 지도자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4개월간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 다음 주 김운성 영락교회 담임목사에 이어 한기채 목사(전 기성 총회장) 등이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한국교회 차원에서 '1백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할 계획이고, 현대약품 본사 앞 피켓시위도 예고했다. 

이재훈 목사는 이번 시위의 취지를 설명하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태아를 헌법상 생명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약물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것은 신앙과 양심, 도덕 질서에 어긋난 행위이며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목사는 또한 "유럽과 북미에서 약물 낙태가 초래한 부작용이 이미 심각하게 드러났다"며 "통계적으로 약물 낙태 후 70%가 추가 수술을 받아야 했다는 보고도 있다. 단순하고 안전하다는 제약업계의 주장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이재훈 목사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악물 낙태 허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간담회 당시 배석해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브리핑한 제양규 한동대학교 교수는 "약물 낙태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건강 위협을 줄 수 있다"며 "2018년과 2021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낙태 여성의 9%가 약물 낙태를 시도했으며, 이 중 70%가 추가 수술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약물낙태의 위험성을 정은경 장관에게 전달했고, 해당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지난해 4월부터 반려동물 학대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법안이 본격 시행된 것과 관련해, 이재훈 목사는 생명 가치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반려동물 보호법안에도 찬성하지만, 태아는 헌법이 보호하는 생명의 주체"라며 "동물보다 더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목사는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리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은 생명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는 결정권"이라며 "태아 6주에 심장박동이 나타나고 22주에는 단독 생존이 가능한데, 이를 단순한 세포로 치부해 낙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정한 자기결정권에는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포함돼 있다"며 "낙태 대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목사는 이번 운동의 배경을 물은 질문에 "약물 낙태 합법화 움직임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알리지 않으면 통과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침묵하면 생명경시 풍조가 사회 전반에 퍼질 것"이라며 "태아가 사회의 약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도덕적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유럽 교회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국과 유럽은 한때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했지만, 그 결과 교회가 급속히 쇠퇴했다"며 "최근에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신앙 회복과 교회 출석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과거의 결정을 반성하며 돌아서고 있다. 한국은 그 길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서 현재 입법 공백 상태인 형법상 낙태죄 관련 법안 발의 상황을 전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해당 법안을 발의 준비 중"이라며 "대략 태아 10주까지 낙태 허용을 골자로 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태아 역시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며 "모든 생명이 보호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어떤 여성도 낙태하기 위해 임신하지 않는다"며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진정으로 지키려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국가적 출산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창화 한국입양선교회 대표는 "교회는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그치지 않고, 태어난 아이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입양가족과 교회가 연대해 지켜진 생명을 함께 양육하는 문화가 확산할 때, 위기 임산부들이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향후 4개월간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전국 교회에 생명존중운동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재훈 목사는 "이 일은 단순한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신앙적 책임의 표현"이라며 "한국교회가 시대적 양심으로 일어나 태아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