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선전매체 라디오 방송량, 80% 가까이 급감"

국가정보원이 최근 시행한 대북 라디오·TV 방송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 모임'(올인모), 대북풍선단장 이민복 씨 등이 22일 오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직업수행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평화통일 추진권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의 대북방송이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실질적 기여를 해온 국가적 책무"라며 방송 중단으로 헌법상 통일지향적 사명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김태훈 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헌법소원은 최근 확인된 국정원의 전격적 대북 심리전 중단 조치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법적 대응이다. 21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5일부터 14일 사이 그간 직접 운영해 오던 대북 라디오 및 TV 방송 송출을 모두 중단했다. '인민의 소리'를 시작으로 '희망의 메아리', '자유 FM', 'K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라디오 채널이 차례로 문을 닫았고, 대북 TV방송 역시 14일 자정 애국가 송출을 끝으로 전파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유지됐던 국정원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이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북한과의 사전 조율 없는 일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 제스처'라는 기조로 대북 심리전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그동안 특수자료로 분류돼 온 북한 만화·영화 등을 일반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체제 선전과 무관한 콘텐츠에 한해 공개하겠다는 방침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한국의 대북방송이 사라지는 가운데, 미국의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도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은 것으로 확인돼 북한 내 정보 유입을 위한 주요 경로들이 일제히 닫히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북 라디오 방송 시간이 하루 415시간에서 89시간으로 줄어들었으며, 방송국 수는 11개에서 5개로, 사용 주파수는 25개에서 6개로 감소하는 등 대북 선전매체 라디오 방송량이 80% 가까이 급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