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무슬림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기독교 박해를 규탄하는 공동 결의안을 상·하원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미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외교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결의안은 웨스트버지니아주 라일리 무어 하원의원과 미주리주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이 지난 18일 공동 발의했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알제리, 시리아, 튀르키예, 이란, 파키스탄 등 여러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 기독교인들이 겪는 박해 사례를 열거했다.
결의안은 기독교인에 대한 표적 살해, 교회 폐쇄, 목회자 체포, 강제 개종, 예배의 자유 제한 등을 주요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하며, 대통령에게 무역 및 안보 협상과 같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이러한 박해를 종식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결의안은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년 세계감시목록(World Watch List)을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8천만 명의 기독교인이 높은 수준의 박해와 차별에 직면해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무슬림 다수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살해되는 국가로 지목됐다. 최근 베누에 주에서 발생한 학살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 의원은 지난 4월 하원 본회의 연설에서 전 세계 기독교 박해 문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그는 성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고백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제자매들이 박해받는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이지리아에서만 5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신앙 때문에 순교했고, 500만 명 이상이 추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예배당에서 진행된 신성한 전례 중,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총격을 가하고 폭발물을 터뜨려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이러한 폭력의 반복성을 강조했다.
하울리 상원의원 역시 상원 연설에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했다는 이유로 박해받는 상황에서 미국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설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생명'(pro-life) 운동가들의 사면을 촉구했고, 트럼프는 취임 직후 이들 23명을 사면했다.
이번 결의안은 중동 지역의 평화 유지 노력과 외교 협상 과정에서 기독교인 및 소수 종교인들에 대한 박해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결의안에 명시된 구체적 사례로는 ▲알제리 내 광범위한 교회 폐쇄와 목회자 체포 ▲이집트에서의 기독교 소녀 납치 및 강제 개종 ▲보코하람과 풀라니 민병대의 폭력으로 500만 명 이상이 추방된 나이지리아의 상황 등이 포함됐다. 특히 베누에 주 학살 당시에는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기독교 난민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지난달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벌어진 성당 공격 사건 역시 언급됐다. 이 공격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어 의원은 또한 나이지리아의 가스펠 가수 야하야 샤리프-아미누가 신성모독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과, 기독교 학생의 린치를 비판하는 영상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로다 자타우 사건도 거론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ADF) 글로벌 종교자유국장 켈시 조르지는 "이번 결의안은 중대한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같은 단체의 법률 고문 숀 넬슨은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진실을 결의안은 분명히 밝혔다"며, "기독교인은 그 신앙 때문에 특별히 겨냥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어 의원은 과거 미국의 외교 정책도 이 같은 위기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침공 후 국가 안정화에 실패한 점을 외교 정책의 '중대한 실책'이라며, 이로 인해 기독교인 집단의 인종 청소가 발생하고 공동체가 붕괴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데일리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은 그레고리 스튜비, 마이클 게스트, 글렌 그로스먼, 애디슨 맥도웰, 브랜든 길, 아나 파울리나 루나, 팻 해리건 의원 등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또한 기독교 인권단체인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Global Christian Relief), 가톨릭보트(CatholicVote), 크리스천 잉게이즈드(Christians Engaged), 어드밴싱 어메리칸 프리덤(Advancing American Freedom),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구하라(Save the Persecuted Christians) 등이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