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개빈 오틀룬드의 기고글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때 몇 가지 팁'(It has never been harder to persuade people. Here are some tips)을 16일 게재했다. 개빈 오틀룬드는 목사, 작가, 연설가, 그리고 변호사이며 임마누엘 내슈빌에서 진리 연합의 회장이자 상주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어떤 사람들은 설득이 쉽게 조작(manipulation)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꺼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타당하다.
개인적으로도 성격이나 성장 배경으로 인해 설득에 대한 주저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와 논쟁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이다. 의견 충돌 중에 너무 쉽게 양보하고 싶은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분명히 잘못된 방식으로 설득이 이뤄질 경우에 대한 걱정은 정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 자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설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살을 고민하는 친구를 돕는 일이나 혐오 이념에서 누군가를 건져내려 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땐 누구도 설득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올바르게 행해진 설득은 사랑의 행위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그들이 진리와 지혜로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싶어질 것이다. 비록 아무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하더라도, 설득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유한 통찰과 경험을 주셨는데, 우리가 그것을 나누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가르치려 하시는 무언가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성경은 설득을 귀하게 여긴다
잠언은 설득력 있는 말을 지혜의 일부로 묘사한다.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그의 입술에 슬기로움을 더하고, 그의 입술에 설득력을 더한다" (잠언 16:23)
사도 바울은 사도행전 마지막 부분에서 다양한 시민 권력자들에게 변론하는 연설들을 통해 설득력 있는 말의 본을 보여준다. 그의 말에는 외교적 배려, 정중함, 단호함, 그리고 논리적인 힘이 있다.
예를 들어 바울은 벨릭스 총독에게 이렇게 말한다: "총독이 바울에게 머리로 표시하여 말하라 하니 그가 대답하되 당신이 여러 해 전부터 이 민족의 재판장 된 것을 내가 알고 내 사건에 대하여 기꺼이 변명하나이다" (행 24:10)
또 아그립바 왕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아그립바 왕이여 유대인이 고발하는 모든 일을 오늘 당신 앞에서 변명하게 된 것을 다행히 여기나이다 특히 당신이 유대인의 모든 풍속과 문제를 아심이니이다 그러므로 내 말을 너그러이 들으시기를 바라나이다" (26:2-3)
총독 베스도에게는, 그의 말을 미친 소리로 오해하자 이렇게 반박한다: "바울이 이르되 베스도 각하여 내가 미친 것이 아니요 참되고 온전한 말을 하나이다" (26:25)
바울처럼 기쁘게, 공손하게, 이성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설득력 있게 말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상대방이 우리를 쉽게 무시하지 못하게 된다.
설득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말은 쉽지 않다. 지금은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대다.
최근 필자는 <뉴요커>(The New Yorker)지에서 「왜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가」라는 기사를 읽었다. 이 글은 1970년대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를 인용했는데, 사람들이 일단 의견을 형성하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반박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 학자들이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수천 건의 실험이 이를 확인하고 발전시켜 왔다 ... 석사 과정의 학생이 클립보드를 들고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쉽게 입증할 수 있다."
요즘의 SNS와 케이블 뉴스의 영향을 떠올리면, 이러한 주장은 낯설지 않다. 사실 우리 스스로도 이 같은 경향을 느낄 때가 있다.
사실, 단순한 사실과 정보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견 충돌 시 '논리의 힘'만으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다가 서로 상처만 입는 충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가지 간단한 설득 원칙만 익혀도, 고정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뢰를 구축하라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에서는 설득 기술을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로고스(Logos): 연설의 내용, 즉 논리로 설득하는 방식 ▲파토스(Pathos): 감정과 열정을 통해 청중의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 ▲에토스(Ethos): 화자의 신뢰도, 즉 청중이 화자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기반으로 한 설득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설득력이 높은 요소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에토스, 즉 신뢰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내 주장이 옳다면, 상대는 반드시 동의할 수밖에 없어!" 또는 "열정적으로 말하면 설득할 수 있어." 그러나 실제로는 상대방이 화자를 신뢰하느냐가 설득력의 핵심이다.
상대방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방어적으로 나올 것이고, 그 방어를 논리나 감정으로 뚫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스스로를 돌아보자. 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신뢰하지 않는 사람의 말에 설득된 적이 있는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신뢰를 잃을 행동은 피할 수 있다. 바울이 고백했듯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오직 진실함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 같이,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노라" (고후 2:17) 그리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보자.
1. 실수나 오해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태도: "내가 오해했네요" 같은 간단한 말도 상대에게 성실함을 전달한다.
2. 논쟁 중 자신의 목적을 솔직하게 밝히기: "내가 정말로 설득하고 싶은 것은..."처럼 투명한 의도를 드러내면 신뢰를 얻는다.
3. 제3자를 끌어들이지 않고 직접 대화하기: 뒷말하거나 우회하지 말고, 가능하면 대면하여 진솔하게 대화하자.
4. 감정을 표현하고 인간미를 드러내기: 자신의 경험이나 배경,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신뢰를 쌓는다.
5. 상대에 대한 사랑과 열린 마음을 유지하기: 진심은 언젠가는 드러난다. 결국 신뢰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