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인류가 기억해야 할 집단학살의 비극이 지금도 북한 땅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북한인권법 제정 9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지지부진한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설립도 촉구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이사장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올바른북한인권법과통일을위한시민모임(올인모),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성통만사), HRF 등은 15일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 홍보와 북한인권재단 정상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유네스코가 1970년대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의 대량 학살을 일컫는 '킬링필드'의 현장 세 곳(초응엑 대량 학살 센터, 뚜얼슬랭 수용소, M-13 교도소)을 지난 12일 세계유산에 등재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유네스코는 킬링필드를 지정하며 "인류가 기억해야 할 집단학살의 증거이자 평화 교육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평안남도 개천시 14호·18호 관리소, 함경북도 명간군 16호 관리소, 청진시 25호 관리소가 운영되는데, 고의적 굶주림, 강제노동, 처형, 고문, 성폭행 등의 끔찍한 참상은 킬링필드의 비극에 못지않고, 세계 최장의 인권지옥에서 죽어가는 수십만 명을 위해 즉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반인도범죄의 현실을 멈추기 위해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9년째 사실상 사문화 상태에 있으며, 핵심 집행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정당 간 이사 추천 지연으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단체들이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이행과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위한 국민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리서치제이에 의뢰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한인권법 자체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응답이 32.1%, "법은 알지만 제정·시행일은 모른다"는 응답이 51.0%에 달했고,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16.9%에 불과했다.

북한인권재단이 인권 증진사업을 수행하는 필수기관임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14.8%에 그쳤으며, '전혀 몰랐다'는 응답도 42.5%에 달했다. 재단이 시민사회의 북한인권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응답은 79.9%에 이르렀다.

재단 설립이 지연된 원인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국민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통일부 장관의 이사 추천과 더불어 여야 합의를 통해 이사 구성이 완료돼야 재단 설립이 가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추천 거부로 9년간 출범이 미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17.8%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도 나머지 재단 이사를 추천해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는 응답이 39.0%였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35.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0%였다.

이들은 "국민은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9년이 돼가도록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아직 설립되지 않고 있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재단을 조속히 설립해 북한 인권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