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대전 판암장로교회(담임 홍성현 목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예장합동 총회정책연구소(소장 이국진 목사)가 개최한 '청년부흥: 진단과 대책' 포럼에서는 청년층의 교회 이탈 실태와 그 배경, 그리고 한국교회가 준비해야 할 대응 전략이 데이터로 공유됐다.
조사 결과, 이미 교회를 떠난 청년들은 '생활 문제'(27.3%), '신앙 문제'(16.3%), '배타적인 기독교 정서'(11.3%) 등을 이탈 사유로 꼽았다. 반면 교회 이탈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신앙 문제'(19%), '배타적인 기독교 정서'(16.5%), '교회 문화'(13.5%), '봉사·헌금 등 헌신 요구'(13.5%)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떠난 청년들의 현재 신앙 상태는 심각하다. 교회 이탈 청년의 51.3%는 무종교인으로 전환됐고, 27.3%는 타종교로 개종했으며, 21.3%는 '가나안 성도'(교회는 떠났지만 기독교인 정체성을 유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신 가정의 종교는 기독교 가정이 46.3%로 절반에 육박해, 신앙 전승의 부재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인 '신앙 문제'의 세부 양상을 보면, 이미 떠난 청년 중 '종교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비율은 52.3%, '확신 없는 신앙'은 48.0%, '구원에 대한 의구심'은 41.0%였다. 교회를 떠나길 고민하는 청년들도 '종교에 대한 회의감'(65.0%)과 '확신 없는 신앙'(61.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정체된 신앙 성장'(53%)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았다.
교회 이탈 청년 가운데 현재 기독교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7%에 불과해, 10명 중 1명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구원 확신이 없는 교회 이탈 청년들에게 과거는 어땠는지 물었을 때 48.5%는 과거에도 확신이 없었다고 답했다. 과거에 구원 확신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24.8%에 그쳤다.
또 교회 이탈 의향 청년 중에서는 34.4%는 과거엔 구원 확신이 있었다고, 43.8%는 과거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이탈 청년과 이탈 의향 청년들 가운데 애초부터 신앙적 기초가 부족했던 이들이 점차 교회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제에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조사 대상 청년의 45% 가까이가 20대가 되면 교회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면서도 "그러나 가족이 마지막 신앙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신앙 대화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 대표는 특히 비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청년들을 위한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혈육 가족이 없더라도 교회가 공동체로서 정서적 돌봄을 제공해야 하며, 정기적인 관계 형성 소그룹과 멘토링, 신앙 동반자 제도 등을 통해 이들이 외롭지 않게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년 예배로 이동한 청년이나 2030세대가 조용히 거리를 두는 징후는 이탈의 전초 현상이라면서 이를 민감하게 포착해 신속히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맞춤형 영성 훈련과 체계적인 복음 교육으로 신앙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 청년 다수는 신앙 자체를 완전히 버리기보다는 가나안 성도로 남는 경향이 많다"며 "단순히 '교회로 다시 오라'고 외치기보다는 SNS 콘텐츠나 온라인 소그룹 등으로 자연스럽게 신앙 공동체와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탈 방지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교회는 출석 패턴 변화, 소속감 약화 등 초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가족과 담임목사까지 연결하는 전문 상담과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총신대학교 양현표 교수는 "지금의 청년세대는 교회의 부흥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고, 사회적으로 교회 신뢰도도 낮은 상황"이라며 "다음세대가 아버지 세대의 교회를 떠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만큼, 교회가 청년 친화적 공간과 사역을 과감히 열어주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는 "이번 조사는 이탈 의향 단계에 있는 청년까지 포괄해 교계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청년들의 신앙적 혼란을 공감하고 합리적 사고와 조화를 이룬 돌봄으로 복음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