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의 '인간 교화' 가능성에 주목
세계관 전환 없인 자유민주 불가 판단
자유민주 기초, 기독교 자유임을 직관
교회, 우남의 정치사상 바로 이해해야
김철홍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신약학)가 10일 서울 서현교회 교육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제316회 월례세미나에서 '우남 이승만의 기독교 개종과 기독교가 그의 정치사상에 준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1945년 11월 28일 조선기독교남부대회 주최로 '임시정부 요인 환영대회'가 열렸을 때 우남(雩南) 이승만은 '만세반석 되시는 그리스도 위에 이 나라를 세우자'고 말했다"며 "기독교를 기초로 하는 국가건설은 해방 이후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우남은 1899년 기독교로 개종한 이래 줄곧 독립 이후 등장할 신생 국가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그런 점에서 우남은 단순히 기독교를 믿는 정치사상가,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그는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happen-to-be-a-Christian)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란 토양 위에 자신의 정치사상을 뿌리내리고, 독립운동과 국가운영을 통해 기독교 정신을 고취하려고 노력했던 기독교 정치사상가, 기독교 정치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러한 '기독교 입국론'을 갖게 만들었는지, 그의 기독교로의 개종 과정 등을 살피며 고찰했다.
김 교수는 "엄밀하게 따지면 우남이 세우고자 했던 나라는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정교일치의 국가가 아니라, 기독교를 국민 교화의 근본으로 삼는 세속국가였다'"며 "그가 주목한 것은 기독교가 갖고 있는 '인간 교화(敎化)'의 가능성이었다. 법과 제도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정신의 혁명을 경험한 새로운 인간 없이는 근대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울 수 없다는 인식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남은 기독교적 정신 혁명이야 말로 진정한 정치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개신교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고, 자유민주주의는 개신교의 정치적 표현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남이 생각한 정신의 혁명은 현대어로 옮기면 '세계관의 전환'"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 복음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복음을 받아들임으로 생겨나는 인간의 내면의 변화이며, 그것은 곧 관점의 변화고 세계관의 변화다. 관점의 변화는 정치적인 면에서 그 개인이 독립적인 자유인으로서 각성하여 자유·민주 시민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며 "교회가 그런 개인을 양산(量産)해내지 못한다면 신생 국가의 자유민주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았다"고 했다.
그는 "우남은 기독교 복음이 말하는 자유가 종교개혁을 거쳐 현대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기초가 된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기독교가 앞으로 독립할 국가에 잠재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의 결론부에서 "현재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단순히 기독교를 받아들여 생겨난 하나님의 축복으로 설명하는 매우 '미신적인' 설명에 머물러 있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유치한 설명법이 한국교회 안에 널리 유포됨으로 인해 심지어 교회 안에서조차 자유의 개념과 자유의 제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만약 우남이었다면 대한민국의 발전과 기독교의 관계를 아마 아래와 같이 설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발전한 이유는 자유인(自由人)을 가르치는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생겨난 자유인의 개념에서 자유의 이념(자유주의)이 생겨났고,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만들어 번영한 국가를 이룬 미국처럼 우리도 대통령중심제와 의회주의,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법치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적인 재산소유를 보장하며,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경제제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가 가르치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생겨난 이윤은 즉각적인 물질적 만족을 위해 소비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로 연기하면서 근검하게 사는 기독교적 생활패턴, 법의 요구를 상회(上廻) 하는 높은 기독교적 도덕 기준 등이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우남의 기독교 정치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사회적 위기 속에서 교회가 자유의 보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이나 지금은 교회 자체조차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의 본질은 자유의 가치를 방기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회가 먼저 성경과 종교개혁의 전통 속에서 자유의 가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우남이 복음을 깨달은 지 120년이 지난 시점인 오늘날에도 우남은 여전히 우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