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명한 신약학자 N.T. 라이트(N.T. Wright) 박사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한 세대 안에 세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는 가정을 반박하며 "그들의 초점은 세상의 멸망이 아닌 다가오는 예루살렘의 멸망이었다"고 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라이트 박사는 자신의 팟캐스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최근 에피소드에서 "바울을 포함한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예루살렘이 그 세대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라이트 박사는 "예루살렘의 멸망은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 복음서의 주제이며, 데살로니가전서와 고린도전서 7장에서도 암시된다. '정해진 시간이 단축된다'는 바울의 언급은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은 한 청취자가 "예수님의 재림이 2천 년이나 지연된 데 대해 바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됐다.
이에 대해 라이트는 "그러한 주장은 지난 150년간 자유주의 신학에서 반복돼 온 오류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오해"라며 "예수님과 바울은 모두 하나님께서 언젠가 세상을 바로잡으실 것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한 세대 안의 심판'은 주후 70년 로마에 의한 예루살렘 멸망을 지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이 언급한 '모든 것이 해결되고 바로잡힐 다가오는 때'(palingenesia, 재생의 시간)는 마태복음 18장과 사도행전 2장 베드로의 설교 등에서 암시된다. 이는 종말적 소망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회복에 대한 신뢰였다"고 했다.
그는 "예루살렘의 멸망과 세상의 종말 사이의 이러한 구분은 초기 기독교인의 기대를 해석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바울은 세상이 한 세대 안에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또 순교자 유스티누스, 이레니우스, 터툴리안 같은 2~3세기의 초대 교부들을 언급하며 "그들 역시 재림의 지연을 문제 삼지 않고, 세상의 궁극적 회복을 소망하며 글을 썼다"며 "터툴리안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회복하실 위대한 날에 대해 여전히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팟캐스트 후반부에는 "바울이 현대 과학이 보여주는 광대한 우주를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라이트는 "바울이 당시의 과학 자식으로 거리를 정확히 몰랐을 수는 있지만, 우주의 광대함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시편 8편을 인용해 "고대인들도 자연의 크기와 신비에 대해 경외심을 가졌다. 사람들은 우주가 광대하다는 것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고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우주관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공동 진행자인 마이크 버드(Mike Bird)도 이에 동의하며, 열왕기상 8장에서 솔로몬이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이라고 말한 구절을 인용해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큰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하나님을 그보다 더 크신 분으로 믿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