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장로교 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가 최근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White Christian Nationalism)'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를 발간했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번 자료는 교회들이 정치적 기독교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의 결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PCUSA 총회 산하 '교회일치 및 종교간 관계 위원회(General Assembly Committee on Ecumenical and Interreligious Relations, GACEIR)'는 지난달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에 맞서며(Confronting White Christian Nationalism)"라는 제목의 두 쪽 분량 자료를 공개했다. 이 교단은 해당 개념을 "기독교적 정체성과 미국의 시민 및 국가적 정체성을 결합하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정의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미국이 신으로부터 특별한 선택을 받았거나 축복받은 나라라고 믿으며, 미국의 법과 정책이 기독교, 특히 보수적 복음주의 신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독교가 공공 영역에서 우선적 지위를 가져야 하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미국을 명백히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신념은 교회의 본래 사명을 왜곡할 수 있다고 자료는 경고한다. 구체적으로는 종교적 권위와 정치 권위를 혼동하거나 우상화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속 국가와 동일시하며, 영적 소명을 세속 권력과 착각하는 태도가 그 예로 지적됐다. 특히 교회가 이웃 사랑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잃고, 권력 추구에 몰두하게 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CUSA 위원회는 자사 언론인 '장로교 뉴스 서비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PCUSA는 오랜 시간 다양한 종교 전통과의 대화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기독교 민족주의로 인해 다른 신앙 공동체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과 연대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무슬림 입국 금지 명령과 워싱턴 D.C. 및 콜로라도 볼더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공격 사건들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태들이 해당 공동체에 심리적, 정치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자료는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 공격받는 이들과 함께 서기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주제는 최근 미국 정치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는 종종 기독교 신앙과 미국의 애국심이 결합된 개념으로 설명되지만,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이 용어 자체가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며,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에게 부당한 낙인을 찍는 표현이라고 반박한다.
2023년 8월, 크리스천포스트가 주최한 다중 패널 토론회에서 정치 자문가 버니 파운즈(Bunni Pounds)는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용어는 언론에서 주로 보수적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활동을 겨냥할 때 사용된다"며 "반면, 진보 진영이 교회를 통해 유권자들을 조직할 때는 그런 비판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우리는 친가정, 친생명 가치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유권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진보 진영의 교회 정치 동원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는다"며 "결국 '기독교 민족주의'라는 낙인은 성경을 신뢰하고 생명과 가정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만 붙는다. 다른 신학적 입장을 가진 기독교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학적으로 보수 성향인 미국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PCA)는 지난달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열린 제52차 총회에서 기독교 민족주의의 본질과 해당 교단 내 영향력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