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 정부가 2016년 악명 높은 좌익 무장단체 FARC(콜롬비아 무장혁명군)와 평화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콜롬비아 남동부 칼라마르(Calamar)에서 종교 및 사회 지도자 8명이 살해된 후 집단 매장된 무덤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콜롬비아 경찰의 발표를 인용해 "이번 사건은 FARC의 분파인 '프렌테 아르만도 리오스'(Frente Armando Ríos)의 소행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해당 무장조직이 희생자 8명(남성 6명, 여성 2명)을 '지역 내 경쟁 무장단체의 셀조직이 활동 중이라는 소문을 조사하겠다'고 불러낸 뒤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희생자 가족은 실종 직후 그 무장조직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해당 단체는 처음에는 회의 소집 사실을 부인했다. 이후 가족들에게 "더 이상 그들을 찾지 말고, 사건은 여기서 끝난 것으로 간주하라"고 암시하며 사실상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FARC는 과거에도 자신들의 지배 지역에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해 왔으며,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종교 지도자들을 납치하거나 암살한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번 사건은 생명권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공동체를 돌보는 사람들의 영적 사명을 중대한 방식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가는 이러한 리더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와 같은 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 인권단체인 '세계기독연대'(CSW)는 콜롬비아 정부의 조사를 환영하면서도 초기 대응이 느렸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CSW의 안나 리 스탱글(Anna Lee Stangl) 국장은 "수십년간 이어진 콜롬비아 내전에서 불법 무장 세력에 의해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며 정부의 전면적 대응을 촉구했다.
스탱글 국장은 "콜롬비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며 "정부는 특히 종교 지도자와 지역 리더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T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16년 평화 협정 이후에도 FARC 잔존 세력과 그 분파들이 여전히 농촌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안보 공백 속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생명과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