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의 '종교자유위원회'(Religious Liberty Commission) 설치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국가 기도의 날'(매년 5월 첫 목요일) 행사 중 진행된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미국의 오랜 신앙 기반 자유 전통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연방, 주, 지방 정책이 미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종교 자유의 전통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양심의 보호를 침해하고, 부모가 자녀를 종교 학교에 보내는 것을 막고, 신앙 기반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또는 비영리 세금 지위 박탈 위협을 가하며, 종교 단체와 기관을 정부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언급처럼 '종교자유위원회'엔 미국의 건국 원칙과 초기 정착민들의 신앙 자유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인의 신앙 자유를 억압한 사례를 찾아내는 것도 이 위원회에 부여된 업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자유위원회' 설치 목적을 설명하면서 명확히 짚은 부분이 있다. 전통 신앙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다. 여기서 '새로운 위협'이란 넓게 해석하면 그동안 미 국민이 전통적으로 지녀온 '종교의 자유'에 대한 모든 도전과 침해 행위를 지목한 것이고 범위를 좁히면 '차별금지법' 이 시행된 후 연방 정부와 각 주에서 동성애 보호 명분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각종 정책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미국 헌법 수정 제1조에 명기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미국의 정체성이 '자유 민주주의'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성 소수자 보호가 헌법상 기본권인 '신앙의 자유'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에 '신앙 사무국'을 설치한 데 이어 '종교자유위원회' 설치를 명령하게 된 거다. LGBTQ+ 성 소수자에게 빼앗긴 '신앙의 자유'를 회복하려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의 자유' 침해에 칼을 빼 들기로 작정한 건 대통령 취임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조치 또한 취임식에서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회복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포한 연장선이자 약속한 사항을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물론 대통령 직속의 '종교자유위원회'가 기독교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 '신앙 사무국'을 설치할 당시 '종교자유위원회' 설치를 예고하면서 "반(反)기독교적, 반(反)유대주의적 편견과 폭력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다. 기독교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자유와 권리도 보호하겠다는 차원으로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종교자유위원회'가 하는 일을 보면 기독교와 떼려야 뗄 수 없어 보인다. 주 업무가 목사, 학생, 교사, 종교 기관의 수정 헌법 제1조 권리를 옹호하고, 신앙 기반 단체에 대한 면세 지위나 공적 자금 지원에 대한 정부의 위협에 대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 교육을 받기 위한 부모의 권리 보호, 의료 및 고용에 있어서의 양심의 권리, 학교에서의 공개 종교 행사 및 자발적인 기도에 대한 사항도 점검한다는 점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도전과 침해를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둔 위원회임을 알 수 있다.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악관 신앙사무국과 국내 정책 위원회에 종교 자유 관련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이와 관련된 행정적 또는 입법적 조치를 권고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더 나아가 국회 입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앙의 자유' 수호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조치들이 순수한 신앙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치적 행보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백악관에 '신앙사무국'을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와 지난 2월 6일 '제7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종교자유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발언들 사이의 뚜렷하게 나타난 일관성은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반 기독교적 편견'을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경험을 자주 언급하면서 "이 사건이 제 안에 무엇인가를 바꿨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하나님을 믿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하게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본인의 신앙 고백에서 비롯된 결단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혹자는 그의 신앙이 순수하지 않다고 비판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신앙의 자유'를 회복하고 지키려는 노력까지 평가절하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차별금지법'에 의해 기독교인이 차별받는 현실을 공론화한 국가 지도자가 트럼프 외에 누가 있나. 

미국에서 기독교는 국교가 아니다. 영국에서 핍박당하던 기독교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이주해 기독교 정신으로 세운 나라이지만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국가가 오늘의 미국이다. 그런 현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Under God One Nation)라고 정의한 건 커다란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날 살렸으니, 미국을 회복하는 사명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지도자에 의해 미국이 위대한 신앙 전통을 회복하는 일에 착수한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국교회 현실에선 부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