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한 이후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경한 태세로 맞섰고, 이에 미국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2일, 이란 의회인 마즐리스가 긴급 총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즐리스 국가안보위원장 에스마일 쿠사리는 "이는 이란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며, 해협 봉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NSC는 이란의 외교, 안보, 국방, 정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전략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 사무총장을 맡는다. 그러나 이 기구의 결정이 실제 이행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최종 재가가 필요해, 하메네이의 입장이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5%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가장 좁은 지점은 불과 33km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대형 유조선은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한다. 이란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의 공습 직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은 보다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한 전면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 경제 자체가 해협을 통한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협 봉쇄는 곧 자국의 숨통을 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핵무기 없는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국의 이번 공습은 이란 정권이나 국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전개는 전적으로 이란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이란이 외교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를 선호하고 있으며, 공습 전에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이란이 대화를 제안한다면 우리는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란이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해 국제사회는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그런 행동은 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랭크 맥켄지 전 미군 중부사령관은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군은 이를 제거할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세계 상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결국 해협은 다시 개방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란 해군은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 4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여러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과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