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 성도 5명 중 1명 이상이 최근 2주 사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교회 내 돌봄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기아대책, 월드비전과 공동으로 의뢰해 17일 발표한 '한국교회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우울감을 겪은 성도는 23%, 불안감을 경험한 성도는 22%로, 전체의 5분의 1 이상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자살 충동을 경험한 성도는 7%, 중독 문제로 고통받는 성도도 11%에 달했다.
담임목회자 주변에 정신질환 갖고 있는 목사·사모가 있다는 답변도 43%에 달했다. 주변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자녀를 둔 목회자가 있다는 답변도 44% 달했다.
반면 교회 내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곳은 10곳 중 1곳도 채 되지 않았다.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가 참여해 돌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응답한 교회는 7%에 불과했고, 61%는 관련 인력도, 돌봄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교회 내 정신건강 교육 경험도 낮았다. 성도 가운데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1%에 그쳤다.
교회가 정신질환자 돌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성도 84%, 목회자 95%가 공감했다. 그러나 실제로 교회가 이 역할을 감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성도 76%, 목회자 98%가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 정보를 알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그 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는 비율은 성도 41%, 목회자 65%에 불과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성도 76%, 목회자 65%가 "정신질환자는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응답했고, "정신질환자가 있는 집안과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문항에도 성도 73%, 목회자 54%가 동의했다. 절반 이상의 목회자는 "정신질환은 귀신이 들린 영적 현상일 수도 있다"고 응답해, 질병에 대한 의학적 접근 외에 영적 해석도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받고 싶은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이 가장 많았고(61%), 그 뒤를 '치매'(51%), '불안장애'(46%)가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은 치매, 20~50대는 우울증에 대한 교육 수요가 가장 높았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성도 중 '주변 교인이 자신의 질환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였고, 이들 가운데 63%는 교회로부터 실제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대별 맞춤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편견 해소 교육 체계화 ▲우울, 불안, 알코올 중독 등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구성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위한 교회 내 전문 시스템 구축 등의 적용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