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오픈도어즈US의 라이언 브라운 대표가 크리스천포스트(CP)에 북한 지하교회에 대한 글을 기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55년에 설립된 오픈도어즈는 70개국 이상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봉사해 왔으며, 기독교인들이 가장 극심한 박해를 받는 상위 50개국을 선정하는 연례 세계 감시 목록(World Watch List) 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라이언 브라운 대표의 기고문 전문이다.
북한은 지난 30년 가까이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의 '세계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World Watch List)'에서 거의 매년 1위를 차지해 왔다. 이는 북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단순한 소수 종교의 실천을 넘어,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에서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모든 행위-성경을 소지하거나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범죄로 간주된다. 신자는 "적대 계층"으로 낙인찍혀 고문과 투옥, 심지어 처형까지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북한 성도들은 그 믿음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신앙이 반역이 되는 땅
북한 정권은 김씨 일가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한다. 이런 체제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행위는 곧 반역으로 여겨진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9조는 외국 이념, 특히 기독교를 미신으로 규정하며 관련 자료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성경 한 권이나 찬양 가사 한 줄, 심지어 속삭이는 기도조차 발각되면,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다.
북한 청소년은 '청년교양보장법'에 따라 종교를 살인이나 마약과 같은 반사회적 범죄로 배우며 자란다. 국가보위성이 주도하는 전방위 감시 속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유도된다. 이처럼 일상 전체가 감시와 억압으로 채워진 사회 속에서도 지하교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점차 그 규모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복음을 품고 돌아간 한 여성
북한에서 태어난 주민 주민(가명)은 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 신앙의 희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기아에 시달리다 중국으로 탈북한 그녀는, 한 신앙 공동체의 쉼터에서 처음으로 성경을 접했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배워왔던 그녀는, 말씀을 읽으며 전혀 다른 진리를 발견했고, 곧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녀는 망명지에서 평안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북한 내 비밀 가정교회를 이끌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들키면 노동교화소로 끌려가거나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생존을 넘어 헌신과 희생, 그리고 소망의 여정을 보여준다.
◈비교되는 신앙의 현실
자유가 보장된 서구 사회에서는 신앙을 공공의 영역에서 드러내는 것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기도하는 것을 주저하고, 직장에서 복음을 말하는 것이 꺼려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예배의 시간을 내는 일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의 성도들은 체포와 사형의 위협 속에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는다.
한 지하교회 성도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에게 사랑과 은혜를 보여주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고백은 사도행전 속 초대교회 성도들의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 성도들의 믿음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모든 것을 건 믿음이다.
◈우리가 마주한 질문
북한 성도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안일한 신앙에 강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자유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그들의 삶은 도전이자 깨달음이다.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의 박해는 우리의 기도를 일깨워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점점 더 믿음에 냉소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용기를 통해 침묵이 아닌 증언을, 타협이 아닌 진리를 선택해야 함을 배운다.
북한 교회의 이야기는 고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내와 희망, 그리고 부르심의 이야기다. 철저한 감시와 세뇌, 선전으로 가득한 체제 속에서도 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성장하고 있다. 당국은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기독교 자료를 불법화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자라고 있다. 미신이나 점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만큼 절박한 삶의 증거이며, 동시에 희망을 향한 갈망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예수 그리스도를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다른 성도는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는 복음을 위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명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며, 결코 진리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고백은 단지 감동적인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부르심이다. 우리가 마음껏 예배하고 모이며 복음을 나눌 수 있는 이 땅에서, 그들의 용기는 우리 안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진정한 삶의 목적을 다시금 묻고 있다.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자유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는가?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북한의 형제자매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는가?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제자의 길에 따르는 대가를 생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께 "예"라고 대답했는가?
북한의 성도들이 생명을 걸고 단 한 장의 성경을 지켜내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히브리서 13장 3절은 이렇게 말한다. "매인 자를 함께 매인 것 같이 기억하라." 이제는 북한 지하교회를 통해 복음의 본질을 다시 배우고, 그들과 함께 우리도 담대히 살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