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목회자들이 관계성과 신체적·정서적·정신적 건강 면에서 일반 성인 및 실천적 기독교인들보다 더 나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Barna Group)이 신앙 기반 테크 기업 글루(Gloo)와 공동으로 발표한 최신 보고서 '교회의 현주소(State of the Church)'에서 나타난 결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목회자의 52%가 멘토, 조언자, 코치, 상담사 등의 전문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비공식적인 개인 멘토(22%)나 영적 지도자(17%)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사 12%, 전문 멘토 11%, 전문 상담사 9%, 결혼 상담사는 3% 등, 치료사나 상담사 등을 통한 전문적 지원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목회자의 삶을 '관계, 소명(직무 만족도), 재정, 건강, 신앙' 등 5개 영역에서 0~100점으로 평가했다. 전체적으로는 목회자의 평균 '번영 점수'(flourishing score)가 76점으로, 성인 평균(71점)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목회자들은 관계 영역에서 성인(79점)과 실천적 기독교인(85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67점을 기록했다. 또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부문에서도 69점을 기록해, 성인(73점)과 실천적 기독교인(79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재정 부분에서는 70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 성인(62점)과 실천적 기독교인(66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다.
특히 관계성과 정신적 안녕(Well-being) 부문은 일반인보다도 낮은 점수를 기록, 목회자들이 인간관계 및 내적 건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목회자들이 정작 본인의 취약한 부분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목회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원은 ▲리더십 개발 ▲영적 성장 ▲재정적 조언 등이다. 이는 그들이 이미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영역이다.
연구진은 "관계(67점)와 정신적 건강(69점)이 가장 낮았음에도,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 요구는 거의 없었다"며 "자신의 가장 큰 필요를 잘못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정기적인 영적·정서적 지원을 받는 목회자일수록 직무 만족도가 높고, 반대로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목회자일수록 외부 지원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가장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보고서는 또한 목회자들이 은퇴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64%는 어느 정도 은퇴 시점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답했지만, '완전히 자신 있다'고 답한 이는 20%뿐이었다. 36%는 '자신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히 40세 미만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은퇴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경제적 불안정성 또는 보다 현실적인 은퇴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목회자의 27%가 은퇴 계획을 밝혀, 후임 리더십 양성 및 승계 준비의 긴급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고서는 "목회자들이 영적 리더로서 공동체를 돌보는 역할에 집중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와 교단 차원의 대응으로 ▲전문 상담 및 정서적 지원 체계 구축 ▲관계 회복 및 자기 돌봄 프로그램 도입 ▲은퇴 준비 및 재정 상담 확대 ▲젊은 목회자 대상 리더십 계승 전략 수립 등을 제안했다.
이어 "목회자의 번영이 곧 교회의 건강성이다. 지금이야말로 목회자를 위한 전인적 돌봄이 교회 사역의 핵심 과제로 재조명돼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