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를 부르는 도덕성 상실

(Photo : )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선악의 기준을 도덕이라고 한다. 도덕이 바로 선 개인은 사회의 일원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도덕이 바로 선 나라는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존중받고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법을 지키고 사회규범을 지켜나가면 너와 내가 존중받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기 때문이다.

한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도덕이 무너지면 선악의 기준이 왜곡되고 무너진다. 도덕이 무너지면 힘 있는 자의 말과 기준이 선악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도덕성이 상실된 사고로 타인을 악으로 규정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생명이 죽어가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박탈된다. 공산주의 소련이 그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그랬다. 전문가 정신을 규정한 것이 직업윤리다. 직업윤리는 도덕에 기초한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에는 전문가 정신이 결여된 전문가들이 앞장섰다. 나치의 선동에 독일 성직자 70% 이상이 유대인 박해와 우생학 정책에 적극 참여하거나 침묵했다. 가장 선하고 고상해야 할 종교 지도자가 도덕성을 상실했다. 전문가 정신을 상실한 법조인 역시 모든 법의 기준을 "아돌프 히틀러의 의지"라는 원리로 대체했다. 법 해석과 판결은 헌법이나 자연법이 아니라 히틀러의 정치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의사들 역시 왜곡된 전문가 정신에 매몰돼 잔인한 인체 실험에 가담했다. 전문가들이 전문가 정신을 지키지 못하면 전체주의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도덕성을 상실한 전문가 정신(spirits)

개인의 도덕성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면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비도덕적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바른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이 무너지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국가가 위태로워진다. 공공선과 애국심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이 이들의 가치관을 왜곡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만인에게 공평하게 법을 적용해야 할 법관들이 도덕성을 상실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있다. 전문가 정신을 저버리고 50억 뇌물을 받고 해괴한 법 논리를 창조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의 새 항소심(2025노1238)이 6월 18일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9일 돌연 연기됐다. 선거사범의 판결 시한을 유독 힘 있는 자에게만 적용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비겁한 행보를 보였다. 법복이 아까워 보인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파괴하고, 다수당의 힘으로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내각을 탄핵하고,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를 탄핵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저지하고, 자신이 필요할 때는 강행했다. 일관성과 도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국익과 경제, 자유민주주의 원칙은 사라지고, 오로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법과 기준을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할 공직자들이 이를 대통령의 의지에 맞춰 어기고 국민을 괴롭혀 왔다. 윤 정권의 최대 실책인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정책으로,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고 의대생이 2년에 걸쳐 교실을 떠나 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육부 장차관,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과 기준을 어겨가며 3만 명의 청년들을 겁박했다. 헌법재판소 심리 중 "전공의를 처단 하겠다"는 계엄포고문 작성 경위를 묻자 피식 웃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마저 윤 전 대통령의 황당한 의료농단 정책 결정에 무뇌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문가 정신으로 올바른 의견을 개진하기는커녕,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의료계를 윽박질렀다. 이들의 발언은 국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인의 의지와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도덕까지 내팽겨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치에 가담했던 전문가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경선에 의해 결정된 대선 후보를 새벽 3시에 말도 되지 않는 결정으로 뒤집어 버린 국민의힘의 도덕성 상실 행태 역시 매일반이다. 그 일에 앞장섰던 당대표는 최근 해단식에서 당의 일치된 행동을 요구했다. 도덕성을 상실한 패거리 정치를 하자고 한다. 국민의 열망과 간절한 마음을 무시하고 후안무치한 작태를 벌이면서 당권에만 몰두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전문가 정신

여야가 바뀐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올바른 전문가 정신이다. 도덕성을 갖춘 전문가 정신이 구현돼야 나라가 산다. 많은 사람들과 방향이 다르더라도 바른 길이라면 꿋꿋이 서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려는 용기 있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정신(spirits)이 필요하다.

50억에 법 정신을 팔아버린 법관에 대한 준엄한 결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 현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들도 진행돼야 한다. 만인 앞에 공평한 법을 적용하는, 살아 있는 전문가 정신이 구현되어야 한다. 정권을 차지한 다수당은 앞으로는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지 1인의 방탄과 권력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특별히 인사를 잘해야 한다. 친북 성향으로 알려진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인사는 재고해 주길 바란다. 그가 주장하는 '내재적 접근'으로 국민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하는 정도의 행동으로는 질주하는 다수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한다. 국민이 다수 여당을 압박하도록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당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당파적 행위는 표를 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보수주의 정당이라고 하지만 당신들이 가진 가치관과 정책에는 반보수적인 리버럴 정치관이 깊이 묻어 있다. 보수주의 이념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길 바란다.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수주의 관련 책을 지금이라도 밤새워 읽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토론의 장을 만들기 바란다.

무딘 칼로 싸울 수 없다. 바른 지식은 지혜를 선물해 준다. 시끄러운 고함은 사라져 버리지만, 촌철살인의 정확한 표현은 국민을 감동시키고 여론을 만들어 간다. 지금이라도 부족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변화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20세기 소련의 전체주의를 고발하고 인간의 도덕성과 자유를 강조한 알렉산더 솔제니친은 "선과 악을 나누는 경계는 국가와 국가, 계급과 계급, 정당과 정당 사이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각 인간의 마음 중심을 가로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도덕성의 타락은 반드시 전체주의를 가져온다. 여야와 법조계, 새 행정부 모두 전체주의의 망령이 설치지 못하도록 도덕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도덕성을 갖춘 전문가 정신이 다시 살아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