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아픔 공감하며 하나님
말씀 응답할 영적 감수성 회복
교회 갱신과 사회 정의도 힘써 

20세기를 대표하는 성서학자 중 한 명인 미국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교수가 지난 6월 5일 미시간주 트래버스 시티 먼슨 호스피스 하우스에서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1933년 미국 네브라스카주 틸든(Tilden)에서 복음주의 개혁교회 목사였던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독일 경건주의와 복음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그는 에덴신학교(Ede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학사학위(B.D.)를, 유니온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박사학위(Th.D.)를, 세인트루이스대학교(Saint Louis University)에서 철학박사학위(Ph.D.)를 받았다. 1958년 형 에드워드와 함께 목사 안수를 받았다.

엘름허스트대학교(Elmhurst College)를 졸업한 브루그만은 1961년 모교인 에덴신학교에서 1986년까지 가르쳤으며, 14년간 학장을 지냈다. 1986년부터 2003년 은퇴할 때까지 컬럼비아신학교(Columbia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구약학을 가르쳤다. 그는 1990년 미국성서학회(SBL) 회장에 선출됐으며, 총 8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루그만 교수는 교회 갱신과 사회 정의를 위해서도 힘썼다. 추모 페이지에 따르면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고, 동료 교수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소중히 여겼으며, 수많은 목회자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2003년 은퇴 후 컬럼비아 신학교 구약학 명예교수이자 美 연합그리스도의교회(the United Church of Christ) 목회자로 재직했으며, 풍부한 정서와 견고한 학문, 정의와 구속에 대한 열정이 어우러진 탁월한 학문 활동을 통해 구약성경 이해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 <예언자적 상상력(월터 브루그만 | 복있는사람 | 268쪽 | 15,000원)>.
▲책 <예언자적 상상력(월터 브루그만 | 복있는사람 | 268쪽 | 15,000원)>. 

브루그만 교수는 <예언자적 상상력>이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1978년 출간된 이 책은 1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서 선정한 '20세기 100권의 (기독교) 책'에 선정됐다. 지난 2023년 국내에서 40주년 기념 개정판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인 <예언자적 상상력>은 개인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하나님 말씀에 응답할 영적 감수성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왕권 의식과 예언자적 상상력을 나누는 이항대립 구도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도록 초청하며, 나사렛 예수가 전한 복음의 원음(原音)을 생생하게 재생한다.

이 외에도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마침내 시인이 온다>, <하나님, 이웃, 제국>, <예언자적 설교>, <구약의 위대한 기도(이상 성서유니온)>,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IVP)>, <월터 브루그만의 복음 전도(터치북스)>, <월터 브루그만의 복음의 공공선(두란노)>, <시편적 인간>, <완전한 풍요(이상 한국장로교출판사)>, <예언자의 기도(비아>>, <설교를 위한 구약 핵심 주제 사전>, <메시아의 이름들>, <탈교회 시대의 설교>, <하나님 나라의 권력투쟁>, <성경이 말하는 땅>, <구약신학>, <시편의 기도(이상 CLC)> 등이 국내에 소개됐다. 브루그만은 100권 이상의 저서를 펴냈다.

유족으로 아내와 아들 2명, 손주 5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