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한 달을 맞은 레오 14세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세계에 던졌다. 그는 8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집전한 주일 미사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 민족주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며, 증오와 배타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성령이 인간들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무관심과 증오의 벽을 무너뜨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은 전 세계에서 번지고 있는 민족 중심적 정치운동과 외국인 혐오, 자국우선주의 성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이어 "사랑이 있는 곳에는 편견이 있을 수 없으며, 이웃과 우리를 가르는 보호구역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민족주의 안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은 사랑이 거할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특정 국가나 정치 지도자를 지목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현재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처럼 들렸다. 

레오 교황은 또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현대 사회의 단절된 인간관계와 고립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시에 단절돼 있으며, 무관심에 마비되고 고독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프란치스코의 경고를 다시 인용해 언급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분쟁 상황에 대한 기도도 이어졌다. 교황은 "세상을 병들게 하는 전쟁들을 규탄한다"며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평화의 은사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먼저 평화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평화로운 마음만이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제 사회에 진정한 평화를 전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레오 14세는 지난 5월 8일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며, 즉위 직후부터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평화를 자신의 주요 사목 기조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