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에서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포로 교환에 합의하고, 전사자 시신 송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휴전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미뤄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16일 이후 17일 만에 재개됐다. 장소는 이스탄불 츠라안궁이었으며, 러시아 대표단은 12명,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14명이 참석했다. 회담에 앞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비공식 사전 회담을 2시간 30분 동안 진행해 실질적인 협상 진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 회담은 오후 2시 43분 시작돼 3시 47분에 종료됐다. 회담은 러시아어로 진행됐으며, 튀르키예 측 중재자인 하칸 피단 외무장관과 이브라힘 칼린 국가정보국(MIT)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은 'ㄷ'자 형태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최대 2,400명 규모의 포로 교환 합의였다. 교환 대상은 양국이 대등한 규모로 설정했으며, 러시아 측은 중상자, 중병자, 25세 미만 젊은 군인을 우선 교환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장기적인 포로 교환을 위해 상설 의료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6,000구의 시신을 송환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군인 8,000명 이상이 러시아 측에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러시아군 포로 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차 회담에서도 양국은 각기 1,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을 이행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날 처음으로 그동안 비공개로 유지해 온 평화각서 초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했다. 이 초안은 종전과 휴전을 두 단계로 구성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크라이나군의 점령지 철수, 동원령 해제, 제3국 군사 인프라 배치 금지, 대러 전복 행위 중단 등이 포함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군사 지원 중단, 나토 및 EU 가입 금지,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 국제법적 인정이 요구됐다. 이 외에도 외교 및 경제 관계의 점진적 회복, 정치범 상호 사면, 나치즘 미화 금지, 가족 재결합, 제재 해제 등이 포함됐다. 협정 체결 후에는 유엔에서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채택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의 완전한 보장과 나토, EU 가입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며, 러시아 점령 지역의 인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자산의 동결 해제를 전제로 하되, 이를 자국의 재건 및 배상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휴전 합의는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인도적 차원에서 전사자 시신 수습을 위한 2~3일간의 국지적 휴전을 제안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오는 6월 20일부터 30일 사이 3차 협상 개최를 역제안했다.
회담을 중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협상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특히 대규모 포로 교환 합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3차 협상도 튀르키예가 주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개최 장소로는 다시 이스탄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3자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간 부분적인 신뢰 회복의 계기는 마련됐지만, 실질적인 휴전과 평화 협정 체결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