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률의 공식 공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과 자국 내 시민들의 반발, 그리고 법률 시행에 대한 내부 이견이 겹쳐지며 내려진 조치로 풀이된다. 

현지 시각으로 25일, 이란 언론 '이란인텔'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장의 발표를 인용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의회에 서한을 보내 '히잡과 순결 법'(Hijab and Chastity Law)의 공포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2023년 12월 의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다양한 반발에 부딪혀 실제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범자에 대해서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고, 4회 이상 반복 위반 시 최대 2년간 해외 출국이 금지된다. 또한 9세에서 15세 사이 아동의 위반에 대해서는 구금과 교육 명령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항은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유엔은 해당 법이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또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성의 기본적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극단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히잡 강화법을 둘러싼 논란은 단지 법률의 내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에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의해 구금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죽음은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고, 여성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란 정부가 이번에 법률 공포를 보류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적 긴장과 국제적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히잡 착용 의무화 정책에 대한 이란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여성의 자유와 종교적 전통 사이의 충돌은 앞으로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