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 14세 교황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과 관련된 외교 정책에 공식 발언을 하며,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 포용' 기조를 계승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25일 정오 바티칸에서 열린 축복 미사 연설에서 중국 교회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을 언급하며, 중국 가톨릭 신자들과의 친교와 연대를 위한 기도를 전 세계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레오 교황은 자신의 집무실 창문에서 진행된 연설을 통해 "중국과 전 세계의 교회가 중국 가톨릭 신자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말하며, 하루 전인 24일에 기념된 '중국 교회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의 의미를 강조했다. 해당 축일은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제정한 것으로, 중국 가톨릭 공동체를 위한 영적 연대를 촉진하는 날이다.
교황은 이어 "중국과 다른 지역의 신자들이 고난 속에서도 기쁜 복음의 증인이 되도록 은총을 주시고, 평화와 조화를 증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중국 교회를 향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표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보도를 통해 레오 14세의 발언이 교황직 수행 이후 가장 민감한 외교 사안 중 하나에 대한 첫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는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룬 바티칸-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합의는 중국 정부가 주교 임명권을 행사하되, 교황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갖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수십 년간 이어져온 중국의 공인 교회와 로마에 충성한 지하교회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바티칸과 중국 간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합의는 일부 가톨릭 보수 진영으로부터 교황청이 중국 측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티칸은 이 합의가 현실적이며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정기적으로 합의를 갱신해 오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이 기조를 유지할지는 향후 그의 정책 방향에 따라 명확해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교황 선출 직전 중국 당국이 두 명의 주교를 사전 승인한 사실이다. 이는 교황 선출을 앞두고 중국이 교황청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바티칸 통신 피데스(Fides)는 레오 14세 교황이 홍콩 대주교 스티븐 추 추기경과의 대화에서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문화와 현실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추 추기경은 콘클라베 이후 교구 주간 뉴스레터에서 레오 교황이 전임자의 중국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레오 교황에게 중국 축일에 특별히 공경받는 사산성모(佘山聖母) 성모상을 선물하며 "중국 교회와 인민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바티칸과의 공식 외교 관계를 단절했고, 이후 정부가 인정한 공인 교회와 비공식 지하 교회 간의 긴장 상태가 지속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