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인도에서 그래함 스테인스(Graham Staines) 선교사와 그의 두 아들을 불태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살해범 13명 가운데 한 명이, 25년의 수감 생활 끝에 모범수로 인정받아 지난달 조기 석방됐다.

마헨드라 헴브람(Mahendra Hembram·51)은 지난 4월 16일 오디샤주 케온자르 교도소(Keonjhar Jail)에서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은 뒤 출소했고, 이어 힌두교 민족주의 단체 회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축하 행렬에 앞장섰다. 이 축하 행사는 인도와 전 세계 기독교계 및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스테인스 선교사의 아내 글래디스 스테인스(Gladys Staines·74) 사모는 대중들에게 용서를 촉구하고 있다.

글래디스 사모의 오디샤주 대변인 수반카르 고쉬(Subhankar Ghosh)는 '텔레그래프 오브 인디아'(Telegraph of India)와의 인터뷰에서 "마헨드라는 이제 개심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죄를 회개했다. 과거를 들춰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죄는 미워해야 하지만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 죄인들은 변화됐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용서하셨다"라고 말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이번에 글래디스 사모가 용서를 촉구하며 한 말은 2003년 살해범들이 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녀가 처음 했던 말과 흡사하다"며 "당시 글래디스 사모는 '살해범들을 용서했고, 그들에게 어떤 원한도 품고 있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녀는 인도인들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그들의 포용력을 칭찬했다. 글래디스 사모는 딸과 함께 2004년까지 인도에 머물면서 남편과 함께 해오던 한센병 환자 사역을 계속했는데, 이는 남편과 자신을 신뢰했던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글래디스 사모는 고향인 호주와 인도를 계속 오가며 사역했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글래디스 사모의 태도와 행동에서 기독교 인권단체들과 기독교 사역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글래디스 사모는 개인적인 용서와 법적인 절차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항상 분명하게 강조했다. 사모는 정치나 법적인 문제에 개입하기보다는 항상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선포해 왔다. 이것이 글래디스 사모가 인도에서 테레사 수녀(Mother Theresa) 다음으로 유명한 기독교인으로 불려 온 이유"라고 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글래디스 사모는 2003년 9월, 마헨드라 헴브람과 공범자들에게 형이 선고됐을 때 "저는 살해범들을 용서했고, 어떤 원한도 품고 있지 않았다. 용서가 치유를 가져오고, 우리 인도 땅은 증오와 폭력을 치유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대가로 형벌을 받는 것과 용서받는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저를 용서하셨고, 하나님을 따르는 제자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라신다"고 했다.

또 "그분께서는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요 20:23)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영원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모두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 어떤 개인도 이 땅의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저는 범죄와 형벌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통치 당국에 복종하도록 부름받았다. 하나님 외에는 다른 권세가 없으며, 이 땅의 모든 권세자들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람들이다. 우리는 하나님도 영화롭게 하고 인간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기독교 인권단체들과 사역단체들이 글래디스 사모의 접근 방식에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물론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이 마헨드라 헴브람에 대해 환호하거나 힌두교 민족주의 정치 지도자들이 헴브람을 비롯한 다른 살인자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때, 기독교인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게 된다. 전 세계 기독교 인권단체들이 이러한 사건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기독교 인권단체들은 다른 기독교인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래디스 사모는 항상 복음을 전파하고 복음대로 사는 것에 집중했다. 심지어 남편과 어린 두 아들이 불에 타 죽었을 때도 그녀는 복음을 전파하고 그리스도께서 자신과 남편에게 주신 사역을 신실하게 감당하는 데 집중했다. 글래디스 사모는 가장 힘든 순간에도 정치나 법적 절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오직 기독교인만 아는 메시지,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죄 사함의 메시지를 전하기로 결단했다"고 했다.

이어 "힌두교 민족주의 정치에 대한 해결책은 기독교적 정치도 아니고, 심지어 국제적인 인권운동도 아니다. 해결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