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볼리비아에서 장로교회를 세우고 기독교 고등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정은실 선교사가 13일 새벽(현지시간)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마지막은 그가 평생을 바친 볼리비아 땅에서 조용히 맞이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정 선교사는 1940년 10월 12일에 태어나 순천 매산고와 호남장로회신학교(현 호남신학대학교)를 거쳐 1974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목사로 안수받았다. 이후 1982년, 그는 한국교회 최초로 볼리비아에 파송된 장로교 선교사가 됐다.
선교 초기, 볼리비아에는 장로교회가 전무했다. 그러나 그의 사역을 통해 점차 교회들이 세워졌고, 2015년 당시까지 약 60개에 이르는 장로교회가 설립됐다. 그는 이들 교회를 아우르는 '볼리비아 장로교 총회'를 조직하고 창립 총회장을 역임하며 제도화의 초석을 다졌다.
정 선교사는 복음 전파에만 그치지 않고 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89년 9월, 그는 '우세볼(UCEBOL, Universidad Cristiana Evangélica de Bolivia)'이라는 이름의 기독교 종합대학교를 설립하며 볼리비아 청년들에게 신학을 포함한 다양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의 삶은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장남인 정치현 목사는 12세 무렵 볼리비아로 이주했으며, 이후 목회자로 성장해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오는 8월 열리는 볼리비아 대선에 세 번째 출마를 앞두고 있다. 정치현 목사는 2019년 대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정 선교사의 유족으로는 부인 정영자 선교사를 비롯해 세 아들(정치현·정성현·정수현)이 있으며, 그의 장례는 볼리비아 현지에서 치러진 뒤 북부 지역 가족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은실 선교사의 삶은 국경을 넘어 복음과 사랑을 실천한 여정이었으며, 그가 심은 씨앗은 여전히 볼리비아 땅에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