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 민주적 소통에 개인화 의식
개방적·수평적·창의적 소통 선호
탈종교·탈교회, 설교 영향 감소
설교, 신앙 전수 역할 감당 못해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박은정 교수) 제96회 정기학술대회가 5월 10일 용인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정인찬 박사)에서 '한국 기독교 140주년, 실천신학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총 14차례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정재웅 박사(서울신대)의 '탈교회 시대 MZ세대를 위한 효과적인 설교'라는 제목의 설교 분과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정재웅 박사는 "MZ세대가 주요 교회 이탈자 그룹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소통할 설교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부족하다"며 "MZ세대는 1981-1995년 출생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6-2012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에 해당하는 인구는 약 2,39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6.4%에 해당하는데, 이는 1955년 전 출생한 베이비부머 전 세대(15%)과 후 세대(1955-1969년, 22.3%), X세대(1970-1980년, 16.1%)를 모두 합한 인구와 거의 비슷한 주류 인구 집단"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MZ세대는 민주화와 경제위기라는 역사·문화적 경험을 공통적으로 경험해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순응을 거부하고, 개인의 주체성에 기초한 자율적 판단을 추구한다. 또 집단 추구 이념이나 목표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기보다, 조직이 구성원 생명과 안전 및 행복 등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집단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추구하는 바와 부합하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웅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실천신학회
정 박사는 "MZ세대는 역사상 최고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았지만, 그 풍요와 안정이 결코 영속적이지 않고 그들의 기대와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도 함을 알고 있다"며 "먼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당장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플렉스(Flex)나 욜로(YOLO), 탕진잼 등 경제적 과실을 지금 누리고자 한다. 그 이면에는 불안함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경향도 있다. 경제위기로 촉발된 사회적 지위 불안이 타인과 협력을 통한 공존보다 개인의 생존 및 행복을 지향하는 개인화를 조성하고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술을 어린 시절부터 숨쉬듯 자연스럽게 경험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은 하이퍼텍스트성(hypertexuality), 상호작용성(interaction), 상호연결성(interconnectivity)으로 대표된다"며 "아날로그 미디어에 익숙한 기성 세대들은 콘텐츠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해, MZ세대는 능동적 콘텐츠 창조자이자 검열자이다. 밈(Meme)처럼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편집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내고, 정보 수집부터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의견 수렴 및 평가 등을 할 때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그렇게 전달된 정보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역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검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종합하자면 MZ세대가 경험한 민주화, 경제위기, 디지털 혁명은 모두 민주적 의사소통 방식을 일상화하면서 개인화된 의식을 강화한다"며 "또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MZ세대는 개방적·수평적·창의적·다감각적·다성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인쇄 문자매체의 폐쇄적·수직적·일방향 의사소통 방식보다 선호한다"고 정리했다.
▲분과별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실천신학회
정재웅 박사는 "MZ세대는 이전 세대의 종교성을 거부하고 탈종교성을 형성시키는 상황 속에서 성장했기에, 이들의 탈종교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MZ세대의 종교 이탈과 교회라는 종교기관 이탈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며 "속칭 '가나안 성도'는 2012년 10.5%에서 2023년 29.3%까지 증가했다. 특기할 점은 MZ세대의 탈종교·탈교회 현상 속에서 예배와 설교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정 박사는 "신앙성장을 위해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2012년에는 63.6%가 '교회 예배와 목사님 설교'라고 답했으나, 2023년에는 이것이 28.3%로 감소했다. 반면 '인터넷, TV, 유튜브 등 미디어'는 1.2%에서 19.1%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MZ세대는 설교를 통해 신앙적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만, 실제는 설교가 신앙적 도움을 주거나 신앙을 전수하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신학적·윤리적 부적절 설교 문제
이탈자들, 흥미와 적절성 중요시
MZ 설교자, 설교 부담 많이 느껴
적절한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어
이탈자들, 긴 설교 시간에 부정적
삶의 고민 해답 제시 설교 선호해
출석자들, 신앙 성장 도움 기대해
설교자들, 전통적 설교 시간 준수
존중하며 삶 문제 설교 응답 중요
권위 내려놓고 청중들 삶의 문제
성경적 대안 시청각 미디어 활용
최대 30분 내 재미있게 푸는 설교
이후에는 자신의 설문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MZ세대 설교자와 청중의 설교에 대한 이해와 평가와 실태 및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탈교회 현상 완화를 위한 효과적 설교를 도출하기 위해, MZ세대 설교자 200명, 교회 출석 MZ세대 600명, 교회 이탈 MZ세대 300명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교가 교회에 남거나 떠나는 것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설문 결과에서 먼저 '설교가 교회 이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는 "MZ세대 청중들은 설교가 상당 부분 교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공감했고, 신학적·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설교가 교회를 떠나고 싶게 만드는 설교라고 응답했다"며 "다만 차순위 응답에서 출석자들은 권위주의적 설교, 이탈자들은 지루한 설교 및 시대와 맞지 않은 설교를 선택했다. 이는 출석자들은 어느 정도 신앙이 형성돼 있어 설교 내용이나 설교자와의 관계가 교회 이탈에 영향을 많이 미치지만, 이탈자들의 경우 설교 자체가 흥미 있는지와 자신에게 적절한지가 중요했다"고 해석했다.
정재웅 박사는 "MZ세대 설교자들 역시 설교가 교회 이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는데, 이들의 긍정 응답률은 이탈자뿐 아니라 출석자들보다도 더 높은 편이다. 이는 그만큼 설교자들이 설교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교회 이탈에 가장 큰 영향은 권위주의적 설교, 신학적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설교, 시대와 맞지 않는 설교, 지루한 설교 순이었는데, 이는 설교자들이 청중과의 관계 문제를 설교 내용이나 효과보다 더 중요시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MZ세대 교회 이탈을 막기 위해 설교에 필요한 것에 대한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정 박사는 "MZ세대의 교회 이탈을 막기 위한 설교 방안에 대해선 '권위주의적 태도, 청중이 알아듣는 언어 사용, 실생활과 관련된 설교 계발, 정확한 주해 노력, 다양한 설교 방식 계발' 등 보기 5가지에 크게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응답하고 있다"며 "이는 설교자들이 교회 이탈에 설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적당한 설교 시간과 설교자의 실제 설교 시간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바람직한 설교 시간에 대해선 "출석자들은 20-30분, 혹은 30분 이상 설교에도 긍정적이었지만, 이탈자들은 10-15분, 10분 이하, 15-20분 순으로 응답해 긴 시간 설교에 부정적이었다"며 "이는 앞서 지루한 설교가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연관돼 보인다"며 "반면 설교자들의 실제 설교 시간은 20-30분, 15-20분, 30분 이상 순이었는데, 이는 청중들의 필요에 따르기보다 정해진 시간 내 전통적으로 지켜진 설교 시간을 준수하는 까닭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가장 좋아하는 설교 형태에 대한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설교 형태와 관련해선 "삶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설교(주제설교)가 강해설교·내러티브 설교·원포인트 설교 등보다 교회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선호하고 기억에 남는 설교라고 응답했다"며 "설교의 효과성에 대해 출석자들은 기독교 가치관 정립 및 신앙 형성 순으로, 이탈자들은 내면 치유와 회복 및 기독교 가치관 정립 순으로 각각 답했다. 이탈자들은 어려운 삶의 해답과 위로를 기대하는 반면, 출석자들은 신앙 성장 및 배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설교자들 응답은 출석자들과 유사하다. 이는 현재 설교가 출석자들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이탈자 혹은 이탈 위험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설교자와의 관계와 설교 수용 관계성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설교자와 설교 수용 간의 관계에 대해선 "청중들은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설교자와의 관계가 설교 수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탈권위적이고 목회적 돌봄과 조언을 제공하는 설교자를 MZ세대를 위한 이상적 설교자상으로 선택했다"며 "바람직한 설교자로 출석자들은 청중의 삶을 돌보는 목자, 말씀을 정확하게 가르치는 교사, 친절하고 합리적인 조언자 순이었고, 이탈자들은 청중의 삶을 돌보는 목자, 친절하고 합리적인 조언자, 재미있는 스토리텔러 등이 매우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설교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정 박사는 "이탈자들의 경우 설교자가 자신의 삶에 돌봄과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설교 자체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출석자들은 실생활과 신앙적 필요를 모두 설교로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반면, 이탈자들은 개인적 필요를 채우는 것이 더 우선"이라며 "설교자들은 권위적 선포자 이미지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청중의 삶을 돌보는 목자, 친절하고 합리적 조언자 순으로 선택했다. 설교자들도 탈권위적 자세를 중시하지만, 실제로는 청중에게 돌봄 혹은 조언 등 뭔가를 해줘야 하고 해줄 수 있는 위치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교자의 어떤 문제가 설교 청취를 방해하는지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또 "말씀을 정확하게 가르치는 교사로서 설교자에 대해 출석자는 32%가 선택했지만, 설교자들은 18.6%만 골랐다. 친절하고 합리적인 조언자로서 설교자는 설교자들의 경우 22.7% 응답한 반면, 출석자들은 18.3%만 긍정해 차이가 많이 났다"며 "이는 청중들이 신앙생활 주도권을 자신이 갖고 설교자들이 필요를 채우길 기대하는 반면, 설교자들은 교사 이미지가 권위적 인물로 여겨질까 걱정하고, 돌봄 또는 조언 등 '종교적 서비스' 제공 역할을 중시한다"고 했다.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설교 관련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결론에서 "MZ세대 설교자들은 MZ세대를 위한 효과적 설교가 어떤 것인지 마땅한 해답을 찾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몇 연구들은 설교학 이론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그리스도 중심, 대화체 등 형식에 치중한 대안을 모색했으나, 효과를 검증할 만한 증거는 미비했다"며 "그러나 연구 결과 청중들에게 설교 형식은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MZ세대를 존중하며 그들의 소통 방식으로 그들 삶의 문제를 설교로서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재웅 박사는 "'MZ세대를 위한 효과적인 설교'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권위를 내려놓고 청중들이 겪는 삶의 문제에 성경적 대안을 시청각 미디어를 활용해 최대 30분 이내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설교"라고 요약했다.
▲MZ세대 청중에게 가장 좋은 설교자 이미지 설문 결과. ⓒ한국실천신학회
그러나 "설교자들이 이를 방법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길 바란다"며 "본 연구 결과는 MZ세대 청중들을 타자화해 종교시장의 수요자 혹은 소비자로 접근해 어떤 방식의 설교가 효과적이냐가 아니라, 설교자가 복음 사역을 통해 이뤄야 할 본질적 목표, 즉 말씀을 통한 삶의 변화가 중요하고 이들에게 타자화된 대상이 아니라 인격과 영혼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MZ세대 설교자들은 교회 출석 MZ들의 필요에 일정 부분 응답하고 있으나, 이탈 MZ에 대해선 제대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후속 연구자들이 본 연구 자료 및 분석을 마중물 삼아, 한국교회와 사회에 복음을 전하고 부흥을 가져오는데 기여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발표를 끝맺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회장 박은정 목사 인도로 선임부회장 김한호 목사의 기도, 부회장 김병석 목사의 성경봉독 후 웨신대 총장 정인찬 목사가 '열매맺는 실천신학'을 주제로 설교했으며, 유열 집사(원천침례교회)가 '예수의 길' 특송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