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크렘린궁에서 전승절을 맞아 러시아를 방문한 각국 정상들과 면담한 뒤 붉은광장으로 이동해 관중석에 착석했다. 

이번 열병식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 오전 10시,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4시에 시작됐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는 해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총 27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며 러시아와의 외교적 연대를 과시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대사급 인사가 대표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열병식 직전 보도를 통해 북한군 대표단이 관중석 전면부에 착석해 있는 모습도 전했다. 

올해 열병식에는 총 13개국에서 파견된 군이 참가했다. 이들은 각국의 군복을 입고 열병식에 직접 참여하며 러시아와의 군사적, 외교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열병식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시작됐고, 육상 및 공중 부대들이 차례로 광장을 지나가며 시연을 펼쳤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을 '전승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대조국전쟁'으로 부르며, 1945년 5월 9일 오전 0시 43분, 나치 독일이 무조건 항복문서에 서명한 시점을 기준으로 승전일을 정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 따라, 러시아는 1995년부터 매년 붉은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 형식의 열병식을 진행해 왔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라는 불안정한 안보 상황 속에서 열병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보안 우려로 인해 열병식이 전면 취소된 바 있다. 올해는 전승 8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반영해 열병식이 재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에 따라 열병식이 종료된 후에는 참가 정상들이 알렉산드로프스키 정원에 위치한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공동 헌화를 진행했다. 이 묘는 전쟁 중 이름 없이 숨진 군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장소로,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