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종교 지도자들은 이 대륙의 심각한 민간 부채 탕감과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히 촉구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아프리카성공회 주교들은 최근 영국 외무장관과 재무부 앞으로 서한을 보내 "지속 불가능한 부채가 아프리카 대륙의 수백만 명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프리카 주교협의회'(AMECEA),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주교협의회 심포지엄'(SECAM), '아프리카 예수회 정의와 생태 네트워크'(JENA), '카리타스 아프리카', '아프리카 교회협의회'(AACC), '주빌리 USA 네트워크' 등 기독교 단체 지도자들은 지난 2월, 경제 정의 실현 및 경제적 노예에서의 해방을 요구하는 '희년 2025 아프리카 부채 탕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희년'(Jubilee)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아프리카성공회지방평의회(CAPA) 사무총장 코피 드그래프트-존슨(Kofi deGraft-Johnson) 캐논은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재무부 앞으로 보낸 공동 서한에서 "지속 불가능한 부채로 인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며 "보건, 교육,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기타 공공 서비스에 절실히 필요한 자금이 영국 법이 적용되는 민간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 신앙은 억압에 저항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는 아프리카 및 영국의 동료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영국 정부에 이러한 불의를 종식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총 1조 1천억 달러(약 1,538조 5,700억 원)가 넘는 외채를 지고 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으로 각국은 부채 상환과 국민 투자 사이에서 고민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보건, 교육, 사회 보장과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평균적으로 부채 상환액의 3분의 2에 불과하며, 2023년에는 부채 상환에 850억 달러(약 118조 9,150억 원)를 지출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2024년 한 해 동안만 공공 부채 상환에 900억 달러(약 125조 9,01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국가들이 부채 위기나 고위험에 처해 있으며, 일부 국가는 정부 수입이나 국내 세수입의 50% 이상을 부채 상환 의무에 할당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이번 위기가 빈곤, 불평등, 그리고 거버넌스 문제를 심화시켜 지역 사회를 기아와 빈곤에 빠뜨렸다"고 개탄했다. 나이지리아의 매튜 하산 쿠카(Matthew Hassan Kukah) 주교는 "과거 부채 탕감으로 빈곤 퇴치 투자를 위한 재정 여력이 확보됐지만, 기금 사용에 대한 대중의 참여와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거버넌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교 공동체가 아프리카 부채에 맞서 힘을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5년 전 진행된 '주빌리 2000' 캠페인은 고채무 빈국/다자 간 부채 구제 이니셔티브(HIPC/MDRI)로 이어졌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38개국에 1,300억 달러(181조 8,570억 원) 이상의 부채 구제가 이루어졌다.

이 캠페인은 세계 최빈국 중 일부에 1,000억 달러(139조 9,100억 원) 이상의 부채 탕감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보건 및 교육과 같은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구조적 부채 문제 해결에 대한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고 여긴다. AACC 사무총장인 피돈 묄베키(Fidon Mwombeki) 목사는 20년 전에 구제를 받았던 일부 국가들이 현재 훨씬 더 큰 부채에 직면해 있다고 회상했다.

현재의 부채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지속되는 기후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최근의 세계적 충격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자 지급액은 세수 대비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부채 부담은 채무자들의 탓이라기보다는 현 경제 시스템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AMECEA 의장을 맡은 잠비아 솔웨지 교구의 찰스 카손데(Charles Kasonde) 주교는 "부채가 빈곤 및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때,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특히 '희망의 순례자'라는 주제의 희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는 기업 이윤과 대출국의 지배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시해 금융 시스템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