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의 항해: 신약 성경의 바다를 항해하다
- 2회: 성경의 양자 역학: 내 지식과 무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우주 2
나는 침례교 목사지만, 청년 시절엔 한국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 받기 전에는 목사님과 세례 문답을 거쳐야 했다. 일종의 자격시험이자 통과의례라고 해야 할까? 목사님이 성경에 대해 질문하시면 내가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도 질문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무난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서 막혀버렸다. 목사님이 신구약 성경 전체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으신 것이다. 순간적으로 "예수님"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구약엔 예수님이 나오지 않잖아?"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목사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예수님이야" 하고 알려주셨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그 순간에 맞힐 수 있는 답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서 "구약에는 예수님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예수님이 성경 전체의 주제일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 나는 오랫동안 그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성경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구약과 신약으로 나뉜다. 역사가들도 예수님의 오심을 기준으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시대를 구분한다. 올해가 2025년이니, 예수님께서 오신 지 2025년이 지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예수님 이전, 대략 BC 2000년경에는 어떤 인물이 등장할까? BC 1000년경엔 누구일까? 대략적으로 기억해 두면 좋은 인물은 BC 2000년경엔 아브라함, BC 1000년경엔 다윗이다. 이렇게 성경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그 역사 속 배경이 되는 제국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장 먼저 성경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제국은 이집트다. 하지만 이집트는 성경의 역사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집트는 논외로 두기로 하자.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제국은 앗시리아다. 앗시리아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민족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식민정책은 피지배 민족을 말살하고, 다른 민족들과 섞어버리는 방식이었다. 왜 이런 정책을 폈을까? 반항이나 반역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직 자신들의 힘만 믿고, 강압적으로 민족들을 억눌렀던 것이다. 열왕기하를 보면, 북왕국 이스라엘이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한 장면이 나온다. (BC 722) 하지만 그렇게 강했던 앗시리아도 결국 바빌로니아에게 멸망당했다.
바빌로니아는 앗시리아보다 더 진화된 정책을 사용했다. 민족을 말살하거나 혼합하지 않고, 피지배국의 왕족과 귀족, 백성들을 바빌로니아 본토로 끌고 갔다. 역대하, 이사야, 느헤미야를 보면 남왕국 유다가 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당한 내용이 나온다. (BC 586) 바빌로니아는 왜 이런 정책을 썼을까? 백성들을 노예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 이득을 얻고, 그들을 가까이 두고 감시함으로써 반역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니엘서를 보면 어린 인재들을 선별해 충성스러운 관리로 길러내고, 이들을 통해 효율적으로 피지배 민족들을 통치하려 했던 것도 알 수 있다.
바빌로니아에 이어 근동 지역의 새로운 패권을 쥔 나라는 페르시아다. 페르시아는 바빌로니아보다 더 진보된 정책을 펼쳤다. 포로로 잡아왔던 민족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왜 이런 정책을 썼을까? 물론 이는 이사야나 느헤미야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예언하신 일이었고, 하나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페르시아의 정책을 통해 자신의 계획을 이루셨다. 페르시아의 정책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백성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거기서 세금을 걷어 이득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그다음 등장하는 제국은 그리스다. 알렉산더 대왕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리스 역시 자신들만의 식민정책을 갖고 있었는데, 이른바 '헬레니즘'이다.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되, 언어는 그리스어를 쓰도록 강제한 정책이다. 성경 최초의 번역본인 70인역 성경(Septuagint)도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
다음 호에서는 이 70인역 성경과 신구약 중간기, 그리고 로마 시대를 거치며 성경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