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병력 가운데 사상자가 4700명을 넘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추산했다. 이 중 사망자는 약 600명에 달하며, 3차 파병 가능성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재방문, 북미 간 전격 회동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 이후,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이성권 의원은 "현재까지 북한군 사상자는 사망자 600여 명을 포함해 총 4700여 명으로 추산된다"며 "이 중 약 2000명은 1월부터 3월 사이 항공기와 열차편으로 북한에 송환돼 평양 등지에서 격리 수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파병을 이미 공식화한 데 이어 특수전 병력에 대한 훈련도 강화하고 있어 향후 3차 파병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 의원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협의가 파병 공식화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며, 이로 인해 관련 논의가 원점에서 재개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격적인 회동 가능성도 열려 있어 국정원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기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에 대해 "북한은 대러 파병과 무기 수출의 대가로 일부 경제적 및 군사적 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금 거래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금속, 항공, 에너지, 관광 등 14개 산업 부문에서 현대화를 논의 중이며, 북한 노동자 약 1만5000명이 러시아에 송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사적으로는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 발사대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대공미사일(SA-22)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이 군사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성권 의원은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지속되고 있으며, 김정은의 결심만 있다면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는 현재도 관리되고 있으며, 북한은 핵 선제공격 및 보복 능력 강화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건강 이상 없이 국방 및 민생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당 창건 80주년과 제9차 당대회 등 주요 정치 행사를 앞두고 성과 창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보다 공세적인 외교 전략을 준비 중이며, 트럼프 2기 정부 가능성에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병기 의원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실태에 대해 "북한은 북핵 문제 및 대북 제재 대응을 위한 외교, 안보 정보 절취와 함께 김정은 지시 사항 이행을 위해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해킹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언한 이후, 의료 분야를 겨냥한 해킹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대학 교수, 의료기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확대되고 있으며, 북한은 2016년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약 43억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이 2023년 6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건 이후, 국내 군 기지, 공항만, 국가정보원 등 주요 군사 및 국가 시설에 대한 무단 촬영 정황을 11건 이상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의 군사, 외교, 사이버 전방위적 전략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