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감리교회의 은퇴 주교인 화영(Hwa Yung) 목사가 남반구 교회 지도자들에게 선교 사명의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갖고, 재정 의존이나 서구 신학 지배에서 벗어난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네셔널(CDI)의 보도에 따르면, 화 목사는 4월 27일 저녁, 파나마에서 열린 '그리스도께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위에'(COALA) 운동의 세 번째 글로벌 컨퍼런스 'COALA 3.0'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COMIBAM 2025 선교대회' 직후 이어서 진행됐다.
말레이시아신학교(MTS) 전 교장으로도 활동한 화 목사는 이번 대회에서 COALA 운동의 비전과 방향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남반구와 서구 교회 간에 진정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려면, 우리 스스로 '이것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선언할 수 있는 강력한 COALA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은 COALA 운동의 출범 과정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왔으며, 이 운동이 남반구 선교 지도자들이 대위임령(Great Commission)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도록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화 목사는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COALA 2.0 회의에서 작성된 선언문을 언급하며, 이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며 "COALA 2.0 선언문은 초기 문서일 뿐이며 최종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명확한 의제와 우선순위 없이 COALA 운동이 "혼란스럽고 산만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앞으로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운동의 구체적인 형태와 목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반구 교회를 향한 과제 제시
화 목사는 남반구 교회들이 직면한 구체적인 과제들을 차근차근 제시했다.
먼저 그는 남반구 교회들이 선교 사명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서구 교회가 선교의 짐을 져왔지만, 이제 중심축은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남반구 교회들이 수동적 수혜자에서 적극적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그는 선교의 방향이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선교는 주로 권력과 자원의 중심지에서 변두리로 향해왔지만, 성경 사도행전은 복음이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확산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그는 교회들이 "수혜자 의식"을 벗어나 하나님을 신뢰하며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음으로 순종할 때 하나님의 공급이 따른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째로, 그는 재정적 지원이 선교의 우선순위와 방법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뿐만 아니라 남반구 내부에서도 돈이 선교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로, 그는 서구를 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교회들 간에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반구와 서구 교회 간에 지배가 아닌 겸손과 평등에 기초한 "진정한 상호적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 목사는 "지난해 방콕에서 제기했던 과제들과 이번에 강조한 내용 사이에 많은 부분이 겹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이슈들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초대 교회로부터 배우기
화 목사는 사도행전을 예로 들며, 오늘날 많은 선교 기관들이 신약의 모델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적용한다면 기존 계획이 "완전히 뒤집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도적 교회는 성령의 인도와 능력에 철저히 의존했다"며, 현대 선교가 주로 권력 중심에서 변두리로 향한 것과 달리 사도행전은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선교가 확산됐음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간적 계획, 방법, 재정 의존을 버리고 성령에 순종하는 선교 모델을 회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모델을 되찾지 못하면 헛되이 건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구 교회를 향한 정중한 비판
화 목사는 서구 교회를 향해 정중하지만 분명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서구 신학은 보편성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서구 역사와 사회적 배경에 깊이 뿌리내린 매우 맥락적 신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서구 학계가 남반구 기독교의 성장과 변화를 거의 주목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기독교가 급성장했음에도, 서구 신학계는 이를 무시하거나 '비교종교학'의 일부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 목사는 서구 교회가 '기획과 전략'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영적 의존을 소홀히 하는 '관리형 선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서구 선교 지도자들 사이에 여전히 '무의식적 지배 의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정적, 구조적 불균형을 통해 남반구 교회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남반구 지도자들에게도 성찰 요구
화 목사는 남반구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날카로운 성찰을 요구했다.
그는 "남반구 기독교 사고는 여전히 서구의 틀 안에 갇혀 있다"며,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서구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인도 출신 학생이 지역 부흥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려 했지만 동남아시아 신학교에서 이를 제지당한 사례를 들며, "우리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서구적 틀에 묶여 있다"고 한탄했다.
또한 그는 남반구의 유능한 인재들이 신학이나 선교보다는 의학, 공학, 경영 등 다른 분야로 향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교회에 헌신하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남반구 교회가 서구 교회의 쇠퇴를 무시하며 '역우월감'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신앙 여정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COALA, 비전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화 목사는 COALA가 남반구 지도자들이 서로 격려하고, 통찰을 공유하며, 신학적 자신감을 강화하고, 진정한 상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임계 질량'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 일하면 외롭지만, 함께하면 서로를 보호하고 담대함을 북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종교 연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신학자를 양성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979년 런던에서 존 스토트(John Stott)를 만났던 기억을 회상했다. 당시 스토트는 "서구 교회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남반구로부터 마케도니아인의 부름에 응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화 목사는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부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과연 이 부름에 응답할 것인가"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