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90%에 육박한 누적 득표율이 보여주듯 전국 각 지역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일찌감치 점지 됐다.
3명이 겨룬 경선에서, 한 사람이 90%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다는 건 대한민국 정당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민주당 내 이 후보 '일극 체제'가 강화된 데다 경선 룰 마저 이 후보에게 유리한 권리당원 방식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특정 후보에게 90% 가까이 지지가 쏠리는 걸 건강하다고 할 순 없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에나 존재하던 기현상을 막상 민주정당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정권교체를 원하는 당원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겼다 하더라도 여러 범죄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 이가 기록한 90% 지지율이 박수받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치의 기본은 견제와 균형이다. 그 기본 원칙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정치가 폭주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탄핵소추 남발이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국무총리와 장관, 검사 등 총 30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그중 13건을 강행 처리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이미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누가 후보로 결정돼도 적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만 놓고 보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예상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다. 각종 변수를 안고 있는 게 이번 대선이다.
이번 대선은 윤석렬 대통령의 12.3 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지 않았더라면 열릴 수 없는 선거다. 대통령의 계엄이라는 변수에 의해 갑자기 생겨난 조기 대선인지라 국민의 표심이 어느 한 방향으로 굳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나오지만, 이것이 곧 야당 후보의 당선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다른 여권 후보들보다 높게 나오지만 이에 못지않게 거부감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이 각종 범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사법 리스크'에 있지만, 그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이 후보가 최근 정책적 '우클릭'을 자주 시도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다분히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열렬 지지층만으론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중도층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 대선 후보로서의 첫 일정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참배와 하이닉스 반도체 기업 방문으로 시작했다. 특히 지난 28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보수 정당 인사들이 참배해온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참배한 건 이 후보가 중도·보수로의 확장 등 국민 통합에 나설 것이란 의지를 애써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중도 실용 발언을 쏟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친기업·친성장을 강조하고 대기업을 찾아가 격려하는 등 자신이 예전에 했던 말과 행동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후보가 기업 성장과 정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는 정치인이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반기업 좌파 본색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전 국민 25만원 지급 등 표퓰리즘을 자극하던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말을 뒤집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곧 종교계도 방문하게 될텐데 또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느 말이 진심인지는 머지않아 드러나겠지만 공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좀 더 절제된 발언과 정제된 공약으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이 후보의 가장 큰 난관은 아무래도 현재 진행형인 '사법 리스크'에 있다.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로 엇갈린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고 시점이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선거법 위반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당일 첫 심리에 나선 지 이틀 만에 두 번째 심리를 진행하는 등 전례없는 속도전 양상이다. 대법이 빠른 사건 배당에 이어 전합 회부, 두 차례 심리에 나선 것에 대해 법조계는 대선 전에 매듭을 지으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 재판 1심은 기소 후 6개월 내, 2·3심은 전심 선고 후 3개월 내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은 1심만 2년 2개월이나 걸렸다. 2심도 별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소송기록접수 통지도 받지 않아 결국 그 기한을 넘겼다.
이 시점에서 이 후보가 자신의 무죄를 확신한다면 대법의 신속 재판을 환영하는 게 옳다. 대법도 더 큰 혼란과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후보 등록 전에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상고심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떳떳하지 않을 걸 떠나서 국가적으로도 큰 불행이다. 기성세대들이 자라나는 세대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