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무인기 공격을 받은 뒤 쓰러져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소셜미디어 갈무리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선언한 가운데,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명의로 입장을 밝히며 자국 병력의 참전 사실을 확인하고,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서면 입장문을 공개했다. 군사위는 이번 입장문에서 "러시아 련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에 참전한 우리 무력 구분대들은 높은 전투정신과 군사적 기질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군사위는 이번 작전의 승리가 "불의에 대한 정의의 승리"이자 "조로(북러) 두 나라 간 굳건한 전투적 우의와 인민들 사이 동맹관계, 형제관계의 전략적 심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제국주의 열강들의 선봉대"로 지칭한 우크라이나 당국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평화적 주민들을 학살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작전에 대해, 지난해 6월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 제4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무력 참전을 명령했다고 군사위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조약 4조 발동에 해당한다는 분석과 판단을 통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이를 러시아 측에 통보한 후, 쿠르스크 해방작전에 대한 명령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무력의 참전은 조로 두 나라 간 전통적인 친선 단결을 더욱 반석같이 다지고, 양국의 발전과 번영을 담보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작전 과정에서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영용성을 칭송하며, 수도에는 곧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바치는 영생기원의 꽃송이가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위는 북한 정부가 "러시아 련방과 같은 강력한 국가와 동맹관계에 있는 것을 영광으로 간주한다"며, "우리 무력 구분대들의 참전이 조로 간 전투적 유대를 한층 강화하고 러시아 특수군사작전 수행에 기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도 변함없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성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조로 국가 간 조약정신에 따른 임의의 행동에도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조약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체결한 것으로,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성격을 가진 협정이다. 특히 제4조는 양국 중 한 쪽이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즉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조약 체결 넉 달 만인 지난해 10월, 1만 명이 넘는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된 북한군은 격전지로 알려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으며, 최근까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지난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화상회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에 북한 역시 노동신문을 통해 자체적으로 파병 사실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 지원뿐만 아니라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득은 물론 첨단 군사기술까지 제공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지원이 장기화될 경우, 동북아시아 및 글로벌 안보 지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